첫 ‘비문재인계’ 여당 대표에 송영길 의원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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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대근 기자

당원들 전략적 투표가 승부 가른 듯
최고위원은 친문재인계 강세

송영길(58)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선출됐다. 송 신임 대표는 범친문재인계이지만, 친문계 색채가 진하지 않아 비문계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비문 성향의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게 된 것은 처음이다. “당 지도부가 친문계 일색이 되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본 당원들의 전략적 투표가 승부를 갈랐다. 송 대표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쇄신’과 ‘유능한 개혁’을 강조한 만큼, 부동산 정책·검찰개혁 등 당·청이 그간 밀고 온 정책 기조에 메스를 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청와대, 혹은 민주당 내 친문계와 비문계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송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전국 대의원 대회(전당대회)에서 총 35.6%를 득표해 당선됐다. 2위 홍영표 의원(35.01%)과 1%포인트 미만의 차이가 나는 신승이었다. 3위 우원식 의원은 29.38%를 얻었다. 친문계 권리당원 표심이 홍 의원과 우 후보로 각각 분산된 것이 송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586 그룹’의 맏형 격인 송 대표는 대학 총학생회장, 노동 운동가, 인권 변호사, 인천시장, 5선 국회의원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2016년, 2018년 당대표 선거에서 잇달아 낙선하는 아픔을 딛고 3번째 도전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됐다.

당 최고위원에는 김용민(17.73%) 강병원(17.28%) 백혜련(17.21%) 김영배(13.46%) 전혜숙(12.32%·득표 순) 의원 등 5명이 당선됐다. 백 의원을 제외한 4명이 친문계로, 친문계 권리당원의 힘이 재확인됐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 요구가 분출했지만, 민주당의 선택은 ‘친문계 중심의 단합’이었다. 친문계 핵심인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달 당선됐고, 원내대표단도 친문계 위주로 구성됐다. 송 대표의 당선으로 ‘균형’을 어느 정도 찾았지만, 송 대표가 친문계에 포위된 모양새가 됐다.

송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강한 회복과 도약을 위해 앞장 서 가겠다”며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지켜내고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 선출로 당청 관계가 ‘밀착’보단 ‘이완’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우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변화할 것인가, 관성대로 갈 것인가”라며 ‘변화’를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 수정 문제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송 대표 등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 검토를 예고했다. 또 “요란하고 실속 없는 개혁은 안 된다”고 강조한 만큼, 검찰·언론개혁 등의 속도 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

송 대표의 궁극적 과제는 정권 재창출이다. 계파색이 옅은 송 대표는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4·7 보선에서 민심이 요구한 쇄신과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친문계의 반발 사이에서 파국을 막고,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터져나올 계파 갈등을 다스릴 역량이 있는지는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서로 배제하고 상처 주는 토론이 아니라 포용하고 배려하는 토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친문재인계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우려한 메시지로 해석된다.<이성택·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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