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없는 TV토론, 반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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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5일 양자 TV토론에서 악수 대신 팔꿈치 부딪치기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AP]

민주 대선 후보 경선
“샌더스, 판세역전 실패”
코로나19 확산여파로
방송 스튜디오서 열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5일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간 맞대결 TV토론이 펼쳐졌지만 별다른 반전은 없었다. ‘바이든 대세론’이 더 굳어지는 분위기 속에 미국 대선판을 덮친 ‘코로나19 쓰나미’의 영향력만 확인됐다.

경선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두 주자만 무대에 오른 이날 TV토론은 2시간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가 지배했다. 당초 17일 경선이 치러질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예정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워싱턴의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청중 없이 진행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에 따라 두 후보는 6피트 거리를 두고 토론을 벌였고 악수 대신 팔꿈치 부딪히기로 인사를 나누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각각 77세, 78세의 고령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은 비누와 손 소독제로 손을 열심히 씻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과 혼란스런 대응을 비판하는 데에선 한 목소리를 냈지만 상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에도 주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는 지금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라며 “더 많은 병원을 짓고 구호조치를 취하기 위해 미군을 지체 없이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2014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에 대처한 경험을 강조하며 풍부한 행정 역량을 갖춘 ‘준비된 후보’임을 부각시켰다.

이에 비해 샌더스 의원은 “지금의 보건 시스템으로는 이번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면서 핵심 공약인 ‘전국민 의료보험’ 도입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간 의료업계로부터 선거자금을 받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러나 “이탈리아가 그런 단일 의료체계이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세를 피해갔다.

추격자 입장인 샌더스 의원은 사회보장 정책, 이라크전쟁, 금융위기, 낙태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화당과 유사한 주장을 하거나 입법안에 투표한 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샌더스 의원이 밖에서 구경만 하면서 비난을 퍼부을 때 자신은 안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국민은 혁명이 아니라 결과를 원한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특히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선 샌더스 의원과 각을 세우기보다 “당신 주장에 동의한다”며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경선 승부가 결정난 것으로 보고 샌더스 의원 지지자를 끌어안는 행보에 주력한 것이다. 샌더스 의원도 정책적 차별은 강조하되 거친 인신공격은 자제하는 모습이었고 “내가 경선에 지면 당신을 지지할 것”이라며 경선 이후의 협력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주요 매체들은 이날 토론에 대해 “샌더스 의원이 잽은 여러 번 날렸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샌더스와 바이든은 모두 패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승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두 후보 간 경쟁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부통령 후보로 여성을 발탁하겠다”고 밝힌 대목에 더 주목했다. 그러면서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중도하차한 엘리자베스 워런ㆍ카말라 해리스ㆍ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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