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의 ‘백기투항’ 요구···윤석열 “독립 수사본부” 건의 단칼에 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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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찰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과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이라는 글을 올렸다.[페이스북 캡처]

윤셕열 ‘검언유착 수사 지휘 손 떼고 서울고검장이 쥐휘 맡는 방안’ 건의
추미애 “지시 이행 아니다” 즉각 거부
秋 ‘尹 감찰·징계’ 카드 땐 法-檢 파국
대검 권한쟁의심판 청구·검란 우려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할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를 단칼에 거부했다. 추 장관의 수사 지휘 6일 만에 지시 내용을 대체로 반영하며 최종 입장을 밝힌 윤 총장에게 사실상 ‘절대복종’ 또는 ‘백기투항’을 요구한 셈이다. 대검찰청이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ㆍ징계 카드를 꺼낼 경우 법무-검찰 관계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7시50분쯤 법무부를 통해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수사지휘)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설치하겠다’는 건의 내용을 공개한 지 1시간40분 만이다.

앞서 윤 총장은 오후 6시10분쯤 “채널A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ㆍ외부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며 “(수사본부가)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대검의 입장 발표에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내용을 대체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총장 측근이 연루된 사건”이라던 추 장관의 지적을 수용, 윤 총장 스스로 지휘권을 내려놓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최근 검사장 회의에서 제기된 “위법한 지휘”라는 표현도 뺐다. 때문에 추 장관도 윤 총장 건의를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과는 달리 추 장관이 건의를 거부하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지게 됐다. 현재로선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문자 그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감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채동욱 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고, 채 총장은 1시간 후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다만 추 장관 지휘 내용의 핵심은 거의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많은 만큼, 이를 ‘지시불이행’이나 감찰 사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대검이 수사지휘권의 범위를 둘러싼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검찰 조직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윤 총장과 사이가 가깝지 않은 일선 검사들까지 일제히 추 장관의 조치를 문제 삼으며 ‘검란’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관측마저 조심스럽게 나온다.<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