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신차 가격…“타던 차 더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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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2.5년 소유 역대 최고…4만8,000달러, 3년간 24%↑

다이아몬드 바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오모씨는 21년째 같은 차종을 타고 다니고 있다. 오씨가 2002년형 모델인 도요타 하이랜더를 올해엔 꼭 신차로 바꾸기로 마음 먹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신차 가격이 워낙 올랐기 때문이다. 오씨는 “사실 차를 바꾸려는 계획은 진작에 세워 두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차를 사지 못하고 있다가 올해 교체하려 했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차 가격도 가격이지만 자동차 할부금도 오씨에게는 부담이다. 고금리가 지속하다 보니 할부금 이자율이 7~8%를 훌쩍 넘어서 버렸다. 오씨는 “비싼 차값에 할부금 부담까지, 올해도 신차 사는 건 물 건너 간 것 같아 하이랜더를 몇 년 더 타야 할 것 같다”며 “감당하기 힘든 가격에 무리해서 신차를 살 수는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높은 차값과 고금리로 인한 신차 구매 수요가 한계점에 이른 상황을 자동차 시장조사 분석업체인 콕스 오토모티브의 찰스 체스브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자동차 관련 컨퍼런스에서 “미국에서 신차는 이제 더 이상 보통 사람들의 일상 구매품이 아니다”라는 말로 압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승용차 소유주들이 신차 구매를 미루는 대신 기존 차량을 고쳐가면서 더 타는 ‘자린고비’형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내에서 운행 중인 승용차의 연식이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가격의 급등과 고금리에 따른 할부금 부담 가중에 따른 여파로 차량 교체 주기가 연장되면서 미국의 자동차 소유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15일 AP통신이 인용한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승용차 연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낸 승용차의 평균 운행 연수는 12.5년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개월이 늘어난 수치다. 세단형 승용차의 경우 평균치보다 더 길어 평균 운행 연수는 13.6년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SUV)는 11.8년으로 평균치보다 짧았다.

자동차 운행 연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는 급등한 신차와 중고차 가격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자동차 전문매체인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신차 평균 가격은 4만8,000달러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동안에 24%나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 역시 평균 2만9,000달러에 육박하면서 40%나 급등한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금에 대한 금리가 크게 오른 것도 신차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연방준비제도(FRB 연준)가 지난해 3월부터 10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자동차 할부 이자 역시 상승해 신차 할부금 이자율은 평균 7%까지 오르면서 신차 할부금은 월 평균 729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고차 역시 11%의 이자율 상승으로 월 평균 할부금이 563달러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승용차 부품들의 내구성과 성능이 개선되면서 수명이 연장된 것도 차량 운행 연수 연장에 한몫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용 컴퓨터 칩을 비롯한 각종 부품 품귀로 자동차 생산이 급감한 것이 신차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된 데다 할부금 부담 가중, 차량 부품 성능 개선 등으로 자동차 소유주들은 신차로 바꾸는 대신 갖고 있는 차를 고쳐 쓰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현재 차량 연수가 12년이 넘은 승용차 수가 1억2,200만대이지만 오는 2028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갖고 있는 자동차를 고쳐 쓰려는 경향이 늘면서 자동차 수리 및 정비업체들은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반사이익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