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테러 희생 13명 미군 유해 귀환···바이든 직접 나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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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미군 13명의 유해가 29일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로 귀환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고국으로 돌아온 미군 유해를 직접 맞았다. <로이터>

군통수권자 바이든, 첫 유해 귀환식···침통한 얼굴로 가슴에 오른손 올려
미군, 바이든 귀환식장 이동 때 자폭테러범 실은 IS 차량에 두번째 공습

장엄한 음악도 없었다.

일요일인 29일 오전 침묵만 무겁게 깔린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성조기로 덮인 미군 전사자의 관이 하나씩 수송기 C-17에서 내려왔다.

7명이 한 조가 돼 관을 천천히 옮겼다. 미리 대기 중이던 운구 차량에 하나씩 관이 들어갔다.

검은 양복 차림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줄지어 서서 말없이 이 과정을 지켜봤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오스틴 장관은 오른손을 가슴에 올려 경의를 표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데이비드 버거 해병대 사령관, 제임스 맥콘빌 육군장관 등 군 장성은 거수로 예를 표했다.

사흘 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테러로 숨진 13명의 미군 유해가 돌아온 것이다.

미국 시민과 아프간 주민을 부지런히 실어나르며 생명줄 역할을 하던 C-17는 이날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IS-K) 테러에 희생된 미군 장병의 시신을 싣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이 C-17에서 나와 운구 차량에 실릴 때까지 오른손을 가슴에 올린 채 시선을 고정했다. 기도를 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는 등 내내 침통한 모습이었다.

잔뜩 흐린 채 빗방울까지 떨어지는 도버 기지에서 오전 11시 18분에 시작된 행사는 약 50분 뒤인 낮 12시 7분에 끝났다.

13명 중 11명의 시신이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송됐다. 나머지 2명은 비공개로 하고 싶다는 유족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이 자리한 쪽에서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취재진은 전했다.

CNN방송 등 미 언론도 침묵 속에 진행되는 행사를 그대로 중계했다. 간간이 진행자가 말을 보태기는 했지만 대체로 침묵 속에 중계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가 된 후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은 미군 장병의 시신을 맞으러 나간 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날 군기지에 일찍 도착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군기지로 이동하는 동안 카불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 자폭 테러범을 실은 IS-K 차량에 대한 미군의 공습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일요일 자 신문 1면에 미군 희생자 13명의 사진을 실으며 나라를 위한 희생을 기렸다.

이들 13명은 20∼31세이고 이 중 다섯 명이 20세다. 2001년 9·11 테러 즈음에 태어난 셈인데 WP는 ‘9·11의 아이들이 9·11로 시작된 전쟁에서 스러졌다’고 추모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 차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이러한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2009년 이후로 도버 기지를 통해 2천 명이 넘는 미군 시신이 귀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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