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난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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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예수님께서 초월적이고 완전하며 절대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중 하나는 가난한 자가 되는 겁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주님께선 오히려 가난해지라고 하십니다. 가난이라는 단어는 파산해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철저히 가난해져야 하나님 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엘리야는 아합 왕의 아내 이세벨로부터 ‘사형통지’를 받기 직전까지 약 3년 반 동안, 그야말로 최고의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합 왕에게 3년 반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을 선포하자 그대로 되었고, 기근이 시작되자 하나님께선 기적을 통해 엘리야를 먹여주셨습니다. 까마귀를 보내서 먹여주셨고, 사르밧 과부에게 보내셔서 그 집의 밀가루 통과 기름 병을 아무리 사용해도 마르지 않게 하셔서 먹여주신 겁니다. 3년 반 후에는 갈멜산에서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제사장 850명과 영적 전쟁을 벌였고 하늘에서 불을 내려주신 하나님 때문에 그들을 다 처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후 기도를 통해 3년 반 동안 그쳤던 비를 내리시는 하나님의 능력도 체험했습니다. 이 놀라운 사건들을 경험하는 동안 엘리야는 앞으로 열릴 새시대를 기대하며 들떠있었을 겁니다. “왕과 백성들이 이번 기적들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았으니, 회개하고 이제부턴 하나님만 섬기는 나라가 될거야.” 그러나 바로 그때, 이세벨로부터 ‘사형통지’를 받은 겁니다. 메시지를 받자마자 엘리야는 온 힘을 다해 도망쳤습니다. 살고 있던 북이스라엘의 국경을 넘어 남유다의 광야 깊숙한 곳까지 도피했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엘리야는 절망했습니다. 기적을 보고도 변하지 않는 나라 형편에 실망했고, 이세벨을 피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도망치는 동안 하나님을 까맣게 잊었던 엘리야는, 한 걸음도 더 나갈 수 없는 벼랑끝에 서자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하나님, 제가 해야할 일은 다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 생명을 취하소서.” 죽음을 피해 도망쳐온 엘리야가 이젠 하나님께 죽여달라고 합니다. 이제 피할 길은 하나님밖에 없다고 고백하고 있는 겁니다. 완전히 파산한 엘리야에게 유일한 도피처는 하나님뿐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절박하게 찾고있는 겁니다. 엘리야의 이 마음이 바로 가난한 심령입니다. 간절한 고백을 들으신 하나님께서 천사를 동원해 엘리야를 호렙산으로 인도하셨고, 그곳에서 엘리야에게 임하셨습니다. 엘리야는 호렙 산에서 하나님 나라를 체험한 겁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있는 바로 그 때와 장소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체험한 엘리야의 삶은 회복되었고, 그후 그의 삶에선 두려움이나 염려의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 표 행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비드 19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이때가 가난한 심령을 회복할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가 그동안 자랑스럽게 쌓아온 과학과 기술과 인프라스트럭쳐를 단 몇개월만에 무력화시키고 말았습니다. WHO가 신종 바이러스의 이름을 COVID-19으로 부르고 경종을 울리기 시작한 것이 2월11일부터니까 이제 겨우 6개월 정도가 지난 겁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인류가 믿고 의지해왔던 것들이 하나하나 무너져 버린 겁니다. 전쟁만큼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인류는 벼랑끝에 선 엘리야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붙잡고 의지할만한 것이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겁니다. 이 고난의 때 우리 성도들은 가난한 심령을 회복해야 합니다. 세상 것들에 의지하던 마음을 다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온 우주를 변함없이 운영하시는 하나님만이 우리의 유일한 소망되심을 깨닫게 될 겁니다. 그렇게 회복된 가난한 심령으로 절박하게 하나님을 찾을 때,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임하셔서 초월적이고 완전하며 절대적인 행복을 부어주실 겁니다.

우리 가난해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