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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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횃불트리니티 총장 어시스턴트/횃불재단 DMIN 스태프)

교회란 무엇일까요? 교회를 어원적 측면에서 보면, “밖으로 불림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세상 밖으로 불림을 받아서 그리스도를 머리로 섬기는 사람의 모임을 교회라고 한다. 왜 세상 밖으로 불림을 받아야 할까? 그 이유는 인간의 죄 때문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만들어 놓으셨을 때, 그들의 모임이 교회였다. 이들이 하나님을 믿고 섬기며 서로 사랑하고 살아가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다. 그런데 죄가 들어오고 인간은 타락했다.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은 파괴되어 가고 마귀의 권세 아래에 눌리게 된다. 그래서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를 위한 공동체가 필요함을 알고 교회를 만드셨다. 모세 율법 시대 이전의 교회는 주로 가족 단위로 구성되었다. 아브라함의 가족 구성원이 교회였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계시하고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족을 통치한다. 모세 시대부터는 더 체계적으로 교회가 발전한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교회가 되었다. 이스라엘은 국가의 특징이 있었지만, 오늘날 말하는 교회의 형태도 역시 갖추었다. 신약시대에 와서 국가와 교회의 기능이 분리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교회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무형 교회와 유형 교회다.

“보편적 또는 우주적 교회인 무형 교회는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여 그 아래 하나로 지금까지 모여들었고, 지금 모여들고 있고, 장차 모여들게 되는 택함을 받은 모든 사람으로 구성된다. 이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요 몸이며,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그의 충만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5장 1항). 무형 교회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태초부터 세상 끝날 때까지 하나님 백성으로 택함을 받은 정말로 구원받은 사람의 공동체다. 이 교회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와 대조되는 교회가 있다. 유형 교회다. 눈에 보이는 교회다. 이 교회는 각 지역 단위로 설립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교회다. 유형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참 교회를 신봉하는 모든 사람과 그들의 자녀로 구성되어 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5장 2항). 이 교회는 이스라엘에 제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 방방곡곡에 뻗어 있다. 이 교회는 성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신앙을 고백할 수 없는 어린아이까지도 회원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이유로 역사적 기독교회는 유아세례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무형 교회와 유형 교회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머릿속에 다이어그램을 그려보자. 두 개의 원이 있고 이 원이 서로 만나는 부분이 있다. 수학에서 교집합이라고 하는 부분이다. 이 교집합 안에 속한 사람은 무형 교회의 회원이며 동시에 유형 교회의 회원이다. 정말로 구원받은 사람으로서 지역 교회를 통하여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어떤 사람은 무형 교회의 회원이기는 하지만 유형 교회의 회원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상황에 해당하는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서 죽은 거듭난 태아나, 거듭난 어린아이나, 육체나 정신적인 핸디캡으로 인해서 지역 교회에 소속할 수 없는 사람, 기타 합당한 이유로 지역 교회의 회원이 될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지역 교회의 회원이 아니더라도 구원받은 사람이다. 이와는 반대로 유형 교회에 속하기는 하지만 무형 교회에 속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는 교회에 열심히 출석도 하고, 열심히 예배드리고, 봉사도 열심히 하지만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을 뜻한다. 가장 비참한 경우다. 이처럼 유형 교회는 믿는 사람뿐만 아닌 안 믿는 사람도 회원으로 인정한다는 특색이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인해서 유형 교회는 항상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교회에서 제거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 가지 면에서 불가능하다. 첫째, 누가 하나님의 참 자녀인지 아닌지 인간은 알 수 없다. 둘째, 그들을 제거하려고 하다가는 교회가 더 힘들어진다. 예수님의 비유 중에 어떤 사람이 밭에 씨를 뿌렸더니 사탄이 곡식 가운데 가라지를 뿌렸다는 내용이 있다. 종들이 밭에 나가 보니까  곡식과 가라지가 함께 자란다. 이때 종들이 주인에게 가서 “가라지를 뽑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주인은 “내버려 두어라. 가라지를 뽑으려다 곡식까지 뽑을까 두렵다”라고 가르친다. 추수 때까지 내버려 두라고 한다. 추수 때에 곡식은 창고에, 가라지는 불 속에 집어넣겠다고 말씀했다. 셋째, 비록 구원받아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영혼에 부패함이 남아 있고, 이는 교회를 불완전하게 한다. 이런 불완전한 “이 유형 교회를 떠나서는, 즉 교회 밖에서는 통상적으로 결코 구원받을 수가 없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5장 2항). ‘나는 유형 교회에 안 다니고 혼자 예배드리고 혼자 믿어서 구원받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에 대해 신앙고백서는 부정적이다. 절대적으로 그렇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하나님은 유형 교회를 통해서 자녀를 부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