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구원의 순서(성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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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논문심사위원)

인간의 모든 선행은 모든 인간의 의무이다. 월급을 받는 사람이 받는 만큼 일하는 것은 의무일 뿐이다. 이처럼 선행도 인간의 의무이다. 선행은 어떤 형태로든지 공로가 될 수 없다. 또한 선행을 행함으로 우리의 죄가 사해진다거나 영생을 얻게 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이 구원받아 누리게 될 그 영광과 인간의 선행과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돈으로 환산해서 이 두 사이를 비교해 보면, 우리가 구원받아 누리게 될 영광이 몇 천조 원이라고 가정하면, 우리의 선행은 0.0000001원도 안 된다. 사실 우리의 선행으로는 우리가 범한 죄의 빚마저도 다 갚을 수 없다. 가령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다만 우리의 의무를 행한 것뿐이요, 우리는 무익한 종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더욱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 행한 그 어떤 선행도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죄로 오염되어 있다. 예를 들어, 거듭난 어느 신실한 기독교인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는 자세로,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는 자세로 구제를 했다. 그러나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부패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인간적인 명예나, 교만, 우월감, 또는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자기 마음속 한구석에는 다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 사람이 거듭난 사람이라면 이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거듭난 영으로 계속해서 통제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패한 마음이 동시에 역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땅에서 거룩하게 성화 되는 과정 중에 있는 모든 기독교인이 하는 모든 선행은 자신의 연약성과 불완전성으로 더럽혀져 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있다. 참 성도가 행하는 선이 비록 죄로 부패해 있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은 불완전한 선행을 용납해 주신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다. 예수 안에 완전함이 있기 때문에 예수님의 완전함을 우리에게 주시고 우리의 불완전함을 예수님에게 넘겨서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심판당함으로 우리의 부패와 불완전과 죄를 속량하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의 행위가 연약성과 불완전성을 수반하고 있을지라도 성실하게 행한 것에 대해서는 용납하시고 상 주기를 기뻐하신다.

그러나 중생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행위, 즉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이 행한 행위는 가령 그 자체로서는 하나님께서 명하신 것들이요, 그들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선하고 유익한 것들일지라도 선행이 될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믿음에 의하여 정결케 된 마음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믿음은 자신의 부패함을 보고 하나님께 겸손히 엎드려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마음인데, 거듭나지 않은 사람은 그런 마음이 없다. 그저 자기 부패한 힘으로, 자기중심으로 사는 마음뿐이다. 선행도 이렇게 하므로 선하지 않다. 둘째, 말씀을 좇아서 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는 자세로 하지 않는다. 셋째, 하나님의 영광을 목적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생하지 못한 자의 선행은 창조주 하나님을 기쁘게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부패한 인간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중생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선을 행해도 선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선을 행할 필요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중생하지 못한 사람들이 선을 게을리 행하면 그것은 더욱 죄악 되며, 하나님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질적인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투명한 유리컵에 100% 순수한 물이 가득 차 있다. 여기에 독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는가? 독이 물 전체에 퍼진다. 물에 독이 들어 있기 때문에 물은 오염된다. 이 물을 먹으면 죽는다. 중생하지 못한 사람이 이와 같다. 하지만 이 물에 있는 독이 계속 번식해서 이 유리잔에는 이제 100% 독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예수 믿지 않고 선을 행하지 않는 사람이 이와 같다. 예수 안 믿고 선을 행하는 사람은 독이 한 방울 떨어진 물이요, 예수 안 믿고 선도 행하지 않는 사람은 100% 독으로 가득 찬 잔과 같다. 한편, 예수 믿고 선을 행하는 사람은 해독제가 투여된 물과 같다. 따라서 중생하지 못한 자가 선을 행하지 않으며 더욱 큰 악에 빠지고 하나님의 진노를 더욱 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