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구원의 순서(예정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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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로뎀교회 담임

하나님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하나님은 4차원 시공간을 초월하여 계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예정도 초월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필자는 초월적 차원에 관한 철학적 및 성경적 면을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이 물질세계에서 초월적 차원에 대한 어떤 암시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없다면 그저 사변적 언쟁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바로 ‘양자얽힘’이라는 현상을 통해서이다. ‘양자얽힘’은 두 부분계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일 년의 비고전적 상관관계로서 두 개의 미세한 입자가 거리와 상관없이 한 입자가 변동하면 다른 한쪽 입자가 즉시 변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양자 얽힘’은 양자 세계에서 어떤 입자 하나에서 쪼개진 두 입자 상태 사이에 짝을 이루는 상관관계가 있어, 이 둘을 아무리 멀리 떼어놓아도 상태의 상관관계가 유지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두 입자를 일정한 양자 상태에 두어 두 입자의 스핀이 항상 반대되도록 하자. 양자역학에 따르면, 측정하기 전까지 두 입자의 상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측정하는 순간 한 계의 상태가 결정되고 이는 즉시 그 계와 얽혀 있는 다른 계의 상태까지 결정하게 된다. 이는 마치 정보가 순식간에 한 계에서 다른 계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요점은 그 변화가 “즉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두 입자의 거리가 은하만큼 멀어진다고 하더라도 한 입자를 측정하는 순간 다른 입자의 변화는 빛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양자얽힘이 발견됐을 당시 물리학자들은 ‘장거리 유령 현상’이라 부르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게다가 이런 원리는 당시에 진리로 받아들여진 아인슈타인의 국소성의 원리와 특수 상대성 원리를 위반한다. 국소성의 원리(principle of locality)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는 절대 서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원리이다.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둘 사이에 공간이 매개체가 되어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또한 특수상대성에 의하면 빛보다 빠른 속도는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자얽힘은 두 입자 사이에 정보 전달이 동시에 일어나므로 빛보다 더 빠른 것처럼 되어 상대성 이론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벨, 버클리와 같은 물리학자들은 양자얽힘에 대한 실험을 이어갔다. 그 결과 양자얽힘은 현재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되었다. 최근 실험 과학자들이 밝혀낸 얽힘 현상에 의하면 거리가 수백만 광년 떨어져 있다 해도 입자 간의 상호작용이 유지된다는 구체적 증거가 드러났다. 그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얽혀있는 입자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채, 마치 한 몸처럼 신호를 전달받는다. 양자얽힘에 대해 미국 태생의 영국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봄(1917-1992)은 매우 의미 있는 해석을 내놓았는데, 바로 5차원의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사차원의 시공간에 축을 하나 더 추가하여 나열하면 5차원이 된다. 5차원은 4차원이 무한히 있는 세계로서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 무수한 존재가 동시에 거할 수 있다. 봄의 설명은 얽혀있는 두 입자는 4차원이 아닌 5차원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동시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국소성의 원리와 상대성의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된다. 당시 과학자들 사이에서 그의 이론은 유사과학 취급을 받으며 잊히는 듯 했다가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다고 물리학계는 말한다. 만약 봄의 해석이 맞는다면, 최소한 미시세계만큼은 초월적 차원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작은 세계에 존재하는 초월적 차원은 비록 우리가 현실에서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형이하학 세계의 초월적 차원의 가능성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