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구원의 순서(회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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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로뎀교회 담임)

 

아무리 큰 죄라도 회개하면 용서받는다. 아무리 작은 죄라도 정죄받는 것처럼 아무리 큰 죄라도 용서받지 못할 죄는 없다. 어떤 사람은 작은 죄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잠깐 미운 생각이 들었다. 또는 잠깐이나마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들은 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간과해도 될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완전하시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서는 아주 작은 솜털 같은 죄라도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큰 죄라도 그 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용서받지 못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희생 값은 무한대로 크기 때문이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희게 되리라”(사 1:18).

용서받지 못하는 죄가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회개하지 않는 죄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성령 훼방 죄라고도 한다. 믿고 회개해서 회심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죄인이 하나님께 와서 용서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용서할 길이 없다.

회개 기도를 할 때는 두리뭉실하게 죄를 용서해 주옵소서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은 죄의 행위들을 가능한 한 낱낱이 기억해 내며 아뢰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은 결국 나타난 행위를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존재를, 실존, 즉 현실 존재를 통해서 보려고 했던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노력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인간에게 육체와 영혼이 동시에 있는 한 존재와 실존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잘못된 행위를 통하여 잘못된 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죄를 개별적으로 낱낱이 회개하는 행위는 현실적인 면에서 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별한 행위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남을 알고 회개 기도하는 사람은 이후에 같은 죄의 행위를 범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특정한 죄의 행위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죄의 행위를 범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그러니까 회개할 때, 특별히 회개기도 할 때, 과거의 죄들을 기억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신약성경에 보면 삭개오가 세리장으로서 그동안 불법적으로 남의 것을 착복한 일이 많았는데, 이 사람이 예수님 만나고 나서 회개한 내용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삭개오가 서서 주께 여짜오되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눅 19:8). 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회개할 것인지 주님께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