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성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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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횃불트리니티 총장 어시스턴트/횃불재단 DMIN 스태프)

총 세 가지의 성찬에 대한 관점이 있다. 화체설, 공재설, 그리고 영적기념설이다. 화체설과 공재설을 알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질(substance)과 재산(property)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재산은 인식 기관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어떤 물리적, 화학적, 그리고. 물질적 부분이다. 그러나 재산은 존재의 본질이 아니다. 존재의 본질은 따로 있다. 본질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진짜 존재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과를 가정하자. 사과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화학적, 물리적 요소가 있다. 물, 여러 가지 영양분, 섬유질, 등등…이런 것들은 재산이다. 재산은 진짜 존재가 아니다. 진짜 존재는 그 안에 있는 (심지어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어떤 실체라고 한다. 이를 본질(Substance)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기초 개념으로 화체설을 이해하자. 사제가 성찬을 집행하는 순간에 떡과 포도주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은 변하지 않으나 그 본질이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로 변한다는 것이 화체설이다. 예수님은 동정녀 마리아의 몸을 빌려 태어나기 전에도 성자 하나님으로 존재하셨다. 그 예수님의 본질이 육신을 입은 것처럼, 이제는 예수님의 본질이 떡과 포도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찬식에서의 떡과 포도주는 정말로 예수님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관점이 루터교의 공재설이다. 공재설은 하나의 재산(property)에 두 개의 본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떡과 포도주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대신, 예수님의 본질이 떡과 포도주의 본질 안에, 함께, 밑에 있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달걀과 타조알을 예로 들자. 달걀이나 타조알이나 다 같이 흰자가 있고 안에 노른자가 있다. 여기에서 간단히 흰자는 재산이라고 하고 노른자를 본질이라고 칭하자. 화체설에서는 달걀 속에 있는 달걀노른자가 타조 노른자로 바뀐다. 그러면 이것은 더는 달걀이 아니라 타조알이다. 이는 어떤 존재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재산이 아니라 속에 있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재설의 경우에는 달걀 속에 달걀노른자는 그대로 있고 대신에 타조 노른자가 들어온다. 그래서 두 개의 노른자가 있다. 그래서 이것은 달걀도 되지만 동시에 타조알도 된다.

그러나 개혁주의는 이 두 가지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29장 5항에서, “그것들의 실체와 본질에 있어서는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떡과 포도주로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고 했고, 6항에서는 “신부의 감사 기도나 다른 방법을 통해서 떡과 포도주의 본질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본질로 바뀐다고 하는 교리는 성경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일반 상식과 이성에도 모순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교리는 성찬의 본질을 뒤엎는 것이요, 여러 가지의 미신과 조잡한 우상 숭배의 원인이 되어 왔고 지금도 그러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7항에서는 “합당한 수찬자는 이 성례의 가견적 요소를 외형적으로 받을 때, 또한 내면적으로는 믿음으로 받으며 물질적으로나 신체적으로가 아니라 영적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와 그의 죽음에서 오는 모든 은혜를 받으며 또한 먹는다”고 가르친다. 예수님이 승천하셨지만 지금도 두 가지를 통해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하나는 하나님의 계시 말씀이고, 또 하나는 성령이다. 따라서 개혁주의 교회는 성찬을 통해 예수님의 죽으심을 영적으로 기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