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거룩한 의구심 (Sacred Curio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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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 이웃교회 담임/ 미 육군 채플린)

지금은 흔하디 흔한 ‘운동화 한 켤레’라고 하지만, 머리맡에 어머니가 장에서 사오신 하얀 운동화를 놓고 잠못 이루던 어린시절이 저에겐 있었습니다. 두시간 길을 걸어 읍내의 오일장에 마늘이며, 고추며, 그리고 계란 꾸러미를 바리바리 싸가지고 머리에 양동이를 이고가진 어머니를 눈이 빠지도록 하루종일 설레이며 기다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철이없어 고생하시던 어머니보단 시장에서 어머니가 가지고 오신 보따리에만 관심이 있던 나이였지만, 그 기다림의 설렘은 다시 보고싶은 어머니만큼이나 아름다운 어릴적 추억입니다.  성경은 크리스챤의 삶을  다시 오실 주님을 대망하며, ‘설레이는 기다림으로 사는 신앙여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선 장차 우리의 눈물과 수고를 갚아주시고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우리를 다시 찿아오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내가 다시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하리라.”(요1:1-3) 다시오실 주님을 대망하는 크리스챤의 삶이란 희망가운데서 설렘으로 가득한 기다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희망은 크리스챤의 삶의 색깔이며 냄새입니다.

 

이같은 믿음을 가진 성도들과 함께 한가지 슬기로운 기다림에 대해 묵상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것은 매일 매일의 삶에서 나의 컬렌더(Calendar)의 여백을 주님을 위해 비워놓는 지혜입니다. 빌게이츠같은 기업경영가들은 되도록이면 빈틈없는 스케줄과 일과들(To-Do Lists)을 피해 자신의 컬렌더에 여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이같은 여백의 시간에 미래를 위한 사업의 유연성과 창조성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인들에게 필요한 지혜 역시 주님께서 내 삶에 개입하시도록 기꺼이 우리 삶의 컬렌더를 비워드리는 자세입니다.  내가 정한 목표와 계획들, 수많은 약속들, 끊이 없는 하루의 일과 목록들로 깨알같이 채워진 우리의 칼렌더에 여백을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가 계획하고 짜놓은 내 일상의 모든 것들을 뛰어 넘어 “주님”은 오늘 어떤 계획과 뜻을 가지고 계신 지, 오늘 혹시 약속없이 갑자기 주님께서 내 삶에 찾아 오시는 것은 아닌지,… 바로 그같은 “거룩한 의구심”(Sacred Curiosity)을 가지고 내 삶의 컬렌더를 주님께 비워드리는 것입니다.

 

간혹 저는 이스라엘을 애굽의 종살이로 부터 가나안 땅으로 이끌었던 모세의 소명에 관한 “불붙는 가시떨기 나무 이야기”(The Burning Bush Story)를 읽으면서,  그가 가졌던 “거룩한 의구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만약에 그때에 모세가 그 불붙는 가시 떨기나무를 보기위해 되돌아 서지 않았다면?” “모세의 맘속에 이같은 ‘거룩한 의구심’이 없었다면?” “그가 속으로 생각하길, ‘저기 가시에 불이붙었으니, 다른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여, 아예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면”… “거룩한 의구심”(Sacred Curiosity)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의 시간표 안으로 “하나님의 시간”이 함께 역사하고 있다고 믿는 태도입니다. 시시때때로 우리의 일상의 칼렌더안으로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개입을 염두하며 사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의 수많은 곳엔 이같은 “거룩한 의구심”을 가지고 일상에 찾아온 하나님의 방문(Visit)을 겸허히 받아들인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아브라함이 찾아온 세명의 손님을 대접하는 이야기에서부터, 여리고 성 주막집 기생의 정탐꾼을 숨겨준 용기있는 이야기, 동방의 원로들이 큰 별을 좇아 모험에찬 여정의 길을 나선 이야기, 십자가에서 죽음당한 의인을위해 자신의 무덤을 양보한 사람의 이야기, 부정하다는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던 사람이 정오에 본 환상을 따라 이방인의 가정을 찾아나선 순종의 이야기,… 셀 수 없이 많은 성경의 이야기들은 오늘도 주님을 설레임으로 기다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깊은 교훈을 줍니다. 사랑하는 성도들이여, 내가 계획하고 설계한 인생의 칼렌더에 갇혀, 더 크고 높고 넓은 계획을 가지고 찾아 오시는 하나님의 방문을 놓치시는 일이 없도록 주님을 위해 우리의 칼렌더를 비워드리도록 합시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