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견토지쟁(犬兎之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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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후(TV탤런트/네이퍼빌)

 

전국시대의 책사 순우곤<B.C385~B.C305>이 제나라와 위나라의 싸움을 뜯어 말린 예화의 한토막, <가장 날랜 개와 가장 날랜 토끼가 산자락을 다섯바퀴를 돌고 쫓고 쫓기며, 산꼭대기까지 세차래나 오르내리며 달렸어도 승부가 나지않아, 마침내 두마리가 다 기진해서 함께죽으니 농부가 두마리를 다 거두어 갔다>는 개와 토끼의 운명을 두나라 전쟁에 비유한 고사다. 왕년에 <죽의 장막>을 걷어 내게 했던 실력자 헨리 키신저가 이 고사를 예로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을 가진 김정은을 제껴야 한다고 진언했을 법한 내용이기도 하다. 망나니 김정은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무시하는 정책을 써서, 싸움자체를 뜯어 말리기 보다는 넓은 셈법을 가지고 현상황을 짚어 보라는 책사의 조언 일수도 있다. 사실 김정은의 끊임없는 불꽃놀이를 보면서”모기를 보고 검을 뺀다”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의 비아냥이 아니라 실제로 핵을 가졌다는 사실때문에 이제는 놀랍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들이다. 눈이 있어도 보지말고 귀가 있어도 듣지말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말라는 주술에라도 걸렸다는 말인가? 나라의 운명은 초읽기를 하고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외우고 있는 좌파정치권의 대사는 너무나도 똑 같다. <김정은위원장은 미국도 두려워하는 핵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절대로 않된다. 오히려 그가 하는 고고하고도 외로운 투쟁을 쌍수를 들어서 환영은 못할망정 한겨레로서 자존심도 없는가? 부끄러운줄 알라. 우리들은 그들과 더불어 앞으로 반동들의 적폐청산과 노동자 농민의 평화를 위한 건설만 있을뿐이다. 다음선거 때에는1919년 임시정부의 법통과 촛불혁명의 기치를 높이 받들어 모시는 헌법을 만들것이다. 따라서, 더불어 사는 우리들은 세계 평화를 높이 지지찬동하면서, 우리들의 동의없는 전쟁은 절대로 용납할수가 없노라>. <어버이수령동지 원수 아바지께서 결심하시면 우리는 한다>는, 소위 증오로 가득찬저들, 우격다짐의 강경화법처럼 들린다. 그러나”미국에게 NO라고 말할수 있겠느냐?”는 독일기자의 빈정거림에 대한 대꾸 였다면 차라리 넘어갈수도 있겠다. 허지만 비집고 밀치고 짓밟는 성동격서, 양육강식 싸움판의 국제관계 속에서 스스로 무기를 내려 놓고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우방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은 자폭을 뜻하는 앙탈이라고 할수밖에 없지 않은가? 8.15경축사가 뜻밖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그들의 완강한 억지주장과 궤변에 오히려 아연 할수 밖에 없는 심정이 되고만다. 미국에 등을 돌린다? 은혜를 원수로 갚겠다는것, 기적을 트릭으로 만들겠다는것,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그 홱트 때문에 잠시 스톱모션은 될것같다. 그러나 거기서 그대로 끝이날까? 우리를 국난으로 몰아 넣었던 주체가 북쪽의 오랑캐나, 남쪽의 일본 말고 누구였나? 원자폭탄 세례를 받고나서야 무조건 항복해서 일본 압제로부터 간신히 풀려난 우리들의 해방이다. 그 일본사람들이 이제,재무장을 하고, 원수와 원수끼리 일텐데도 미국과 단단히 손을 잡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얼시구나하고 뛰어들 만반의 준비도 끝난 그들이다. 우리가 일구어놓은 기술과 세계시장에서 밀려났던 일본은 그 자존심도 걸려있는 한판 승부의 멋찐 굿판이 벌어질 어두운 전망이다. 헐벗고 굼주렸다는 6.25를 떠 올릴것도 없다. 일본이 정하는 시간 ,일본이 정하는 질서,일본이 정하는 자유?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양쪽에서 날라 다니는 폭탄 때문에 이미 발가 벗껴진 사람이 무얼가지고 저항을 할수가 있단 말인가? 1589년 東과 西의 내란수준같은 갈등의 기축옥사, 그 3년 뒤인 1592년 임진왜란의 악몽이 재현되는 순간을 상상해 보라. 자비와 양선이 통할까?그야말로 시산혈해라는 고색창연한 단어를 음미해 볼 겨를도 없이 무자비한 분진 속을 헤메게 될, 정처없이 떠도는 병든 영혼.어차피 치루어야 할 전쟁이라면 희망의편에 서야 마땅할 순간에 절망의수렁으로 국민을 끌고 들어갈 권리는 당신들에게 절대로없다.이제라도 늦지않다.북 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라.시한폭탄을 상전으로 섬기는 병신병자,전쟁과 재앙을 작난처럼 흔들어 대고있는 인질범들과의 동행은 또다시 찾아오는 국난의 예고편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