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억하여 생명을!

1174

이종형 은퇴목사

며칠 전 메모리얼 데이에 미국은 군대에 나가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생명을 바친 군인들을 존중하며 추모하였다.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면서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희생자를 내었지만 북군의 승리로 흑인 노예가 해방되고 누구나 동등하게 지음 받았다는 헌법 정신이 실현된 것이라 다음 해 5월 5일 뉴욕 워터루에서 첫 추모식을 가지게 되고 1868년 5월 30일 묘지를 장식하면서 메모리얼 데이로 자리가 잡혔다. 그 후 남북 전쟁만 아니라 세계 1,2차 대전, 한국 전쟁, 월남 전쟁, 아프간 전쟁 등에 참전한 자들이 기억되고 수도에는 기념 공원도 있다. 특별 절기나 행사에서 학생, 운동선수, 온 국민이 함께 부르는 국가가 전쟁을 찬양하고 있듯이 국가적으로 군인을 우대하고 있다. 군인은 나라를 위하여 있고 군인이 있기에 국민이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징병제가 아니라 지원제지만 미국 지원 군인이 한국을 위시하여 온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고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미국 군인은 내 생명을 바쳐 남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킨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고 국민은 군인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고 존중한다. 며칠 전 한국전에도 참전한 노병이 캔사스에서 죽었으나 장례식에 참여할 가족이 없다고 장례사가 광고를 하였더니 그를 알지 못하는 수천명 조문객이 모였다고 하는 것도 그만큼 군인을 기억하고 추앙하는 것이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한은 돌에 새긴다는 말이 있다. 북한에 가서 황해도 신천 박물관에 안내를 받은 때 벽에 크게 써 붙인 “대대로 원수를 갚아라”는 글귀를 보고 소름이 끼친 적이 있다. 6.25전쟁 시 미군이 하루 신천을 점령하여 양민을 학살하였다며 이에 대한 보복을 대대로 하라 설명을 하였다. 이것이 어느 면에 현실이지만 메모리얼데이를 지나며 나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수고한 사람을 고맙게 기억하고 나도 남을 위하여 헌신할 수 있다면 생명에 생명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그 백성에게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게 맡기고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며 생명의 법을 돌에 새겨 주셨다. 생명의 복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기억은 삶을 풍성하게 하지만 원한은 내 생을 비참하게 하고 파멸로 인도할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유대인만큼 고생을 많이 한 민족이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풍성한 생명을 누리고 뻗어 간다. 그들의 매년 절기가 크게 작용한다. 대표적인 유월절이 있다. 그들의 조상이 에짚트에서 400년간 종살이 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그들을 해방시켜 한 민족으로 세워주신 것을 기억하는 절기다. 내가 목회할 때 한 교우가 유대인과 결혼하며 주례를 부탁하였다. 예비교육을 하며 종교와 문화가 다른데 자녀가 나면 어떻게 교육하겠는가 물으니 유대인의 대답이 자기는 부인이 절기만 함께 지키면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유대인은 어떤 환경에서라도 유월절을 지키고 나오면 3500년 전 사건을 현재화하여 기억하고 지금도 하나님이 큰 일을 한다는 믿음으로 그들의 생명 근육이 일어남을 본다. 예수께서 우리 생명을 위하여 자기 몸과 피로 성찬을 제정하고 주를 기억하라 하셨다. 이를 행하고 기억함으로 생명이 풍성해지는 것을 감사한다. 우리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이렇게 생명으로 이어지는 정기적 기억을 가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