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이한 ‘직업훈련 코드(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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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권 목사(크로스포인트교회 담임)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일들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를 뜻하는 ‘검은 백조(black swan) ‘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조(白鳥)는 흰색’이 정설이지만, 1967년 호주 대륙에서 한 생태계 학자가 ’검은색 백조‘를 발견 한 후, 조사를 거쳐 검은 백조의 존재가 확인 되었고, ‘백조는 흰색’이라고 인식했던 사람들이 검은 백조는 ‘존재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을 ‘검은 백조이론(black swan theory)’이라고 합니다.

2007년 뉴욕대학교수인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블랙 스완》에서 ‘검은 백조 이론’을 정립, 일반화 되었는데 그는 어떠한 사건이 ’검은 백조‘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필수요건을 말했습니다.  첫째 그 사건이 예외적이고 희귀하며 예측 불가능해야 하고, 둘째, 일단 발생하면 그 사건의 여파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올 만큼 충격적이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사건이 발생 후 뒤를 돌아보았을 때 사람들이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며칠 후 유다를 제외한 제자들이 향수 짙은 고향의 바다에서 3년 전을 회상합니다. 동내 배꼽 친구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밤 세도록 헛수고한 후 예수께서 오셔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눅 5:4)는 말씀에 순종했더니 그물이 찢어진 놀라움, 베드로가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고백했던 두려움,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눅 5:10) 하셨을 때 예수님의 제자로 따라나섰던 3년 전 용기가 새록새록 새롭습니다.

그런데 3년 후 오늘도 이상하리만큼 밤 세도록 송사리 한 마리 못 잡고 허탕을 칩니다. 자신 만만한 경험과 장비, 기술과 ‘노하우’를 다 사용했지만 고기 창고는 비어있습니다. 실패는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된 훈련 과정이며, 우리를 영원한 실패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믿을 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우리에게 포기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에게로 가라는 안내판이며, 하나님께서 플랜 B가 있다고 부르시는 ‘싸인’ 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예수께서 “그물을 배 오른 편에 던지라.”하시는 말씀대로 하자 그물에 고기가 가득 잡혔으나 말하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배의 오른 쪽’이나 ’깊은 바다’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른 쪽과 왼쪽은 배의 폭에 따라서 결정되는 방향이며, ‘깊은 데’는 기준이 수치가 주어지지 않아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요한이 먼저 알아보고, 베드로가 먼저 주님께로 헤엄쳐 가는 순서는 부활하신 후 무덤을 들어갔던 순서그대로 입니다. 그물을 끌어 올려 세어보니 큰 고기만 153마리, 카운트 한 후에 준비해 주신 구운 생선과 떡으로 조반을 먹은 후 베드로에게 세 차례나 ‘내 양을 치라.’ 고 부탁하셨습니다.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탁, 목자를 훈련시켜 양떼를 부탁하신 것이 아니라, 어부들을 훈련시켜 양떼들에게 보내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직업훈련 코드가 참으로 기이합니다.  아무도 예상 못한 11명의 제자들을 훈련하여 세상을 복음으로 뒤엎는 변화가 50여일 후 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제 아무리 큰 ‘검은 백조 이론’ 현상도 가히 비길 상대가 못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