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녹음방초 승화시 Better than the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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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5월 하순이 되자 신록이 녹음방초로 변하였다. 얼마 전 나는 봄의 꽃에 감탄을 했다. 긴 겨울이 지난 후 봄철이 오자 새싹이 돋아나고 꽃들이 피고 세상이 새로워지며 꽃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다칠 새라 꺾일 새라 조심하였으나 꽃의 아름다움은 잠시 후에 시들어 사라지고 나무마다 잎이 피어 자라나고 무성하게 되니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라는 옛 시인의 시구가 생각이 난다. 우거진 푸른 숲 향기로운 풀이 꽃피는 시절보다 낫다는 말이다. 이 시는 송나라의 정치가며 문인이던 왕안석이 지은 시의 한 구절이나 우리 나라에서 많이 공감하고 즐기는 구절이 되었다. 고려말기 유학자 이색이 이 구절에서 시작하여 ‘꽃을 보며’라는 시를 쓴 것에서 연유되었다고 본다.

綠陰芳草勝花時(녹음방초승화시) 一段淸閑付與誰(일단청한부여수)

坐想病翁丸藥處(좌상병옹환약처) 滿庭微雨囀黃鸝(만정미우전황리)

푸른 잎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좋구나, 한 자락 상큼한 한가로움 누구에게 주겠는가

병든 노인에게 줄 약을 처방한다면, 뜰에 가득한 보슬비 속 꾀꼬리 노래이리라.

녹음방초승화시가 우리 귀와 입에 익숙하게 된 것은 우리 민족이 꽃의 화려함보다 무성한 나무와 그 그늘, 향기로운 풀을 더 높이 인정하는 데서 온 것이라 본다. 춘향전을 위시한 많은 민요에도 나오고 최근에는 한혜진의 가야금 앨범에도 이 이름이 붙었다. 나도 짙은 녹음 우거진 숲, 향긋한 내음의 풀과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가까이 나아가 즐기며 걷고 그 아래에 앉기도 눕기도 하며 몸과 마음에 한가로움과 휴식을 더하고 스트레스와 삶의 짐을 내린다. 봄철의 꽃이 최고라 생각하였으나 여름의 녹음은 그 보다 뛰어남을 실감한다.

이팔청춘 젊은이는 피어나는 꽃과 같이 화사하고 향기롭다. 이 땅에 자기보다 더 아름다움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천하에서 자기가 최고라 생각한다. 그러나 잠깐 후에 그 화려함이 지나간다. 십대가 꽃피는 시절이라면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가지는 때는 녹음방초라 할까? 부부가 사랑으로 화합하여 열심히 일을 하고 자녀들이 행복하게 자라나며 싱싱하게 뻗어가고 건강한 안정과 안식을 누린다면 바로 녹음방초승화시가 아닐까?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으니 십대가 가지던 자기행복감과는 달리 가정의 풍성함을 더욱 느끼며 알게 된다. 자녀와 함께 가정에서 가지는 즐거움은 십대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떠한가? 어떤 사업가가 성공하여 원하는 집에 살고 제일 좋다는 자동차를 굴리며 그리스도인을 보니 세상에서 제일 재미 없는 사람 같았다. 술도 담배도 오락도 없이 무슨 재미로 사는가 싶었다. 그러던 그가 예수를 믿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차원의 세계에로 눈이 열리고  상상하지 못하던 삶의 기쁨과 행복, 자유와 평화를 경험하였다. 그는 예수 믿기 전의 삶을 흑백이라면 그 후의 삶을 총천연색이라고 고백하였다.

신앙의 많은 선배들은 믿음때문에 가난에 시달리고 박해를 받고 감옥에 갇히고 죽임을 당하면서도 믿음을 지키며 기뻐하고 감사하며 사랑을 나누게 되니 세상이 그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화를 받았다. 개인만 아니라 민족과 국가에도 일어난다. 세계를 제패하던 로마가 기독교를 박해하며 없애려더니 도리어 기독교 중심국가로 바뀌었고 제일이라 자랑하던 바이킹 해적 스칸디나비아 민족들이 복음을 받고 변화하여 겸손하게 사랑으로 자선하는 민족이 되었다. 이들의 화려하게 자랑하던 이전보다 변화된 이후의 짙은 아름다움에서 녹음방초승화시를 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