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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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얼마전 집을 고칠 일이 있어서 일꾼을 불러 집안을 수리하게 되었습니다. 수리공의 큰 몸집 만큼이나 큰 신발을 신고있던 그는 집안을 출입할 때마다 자신의 신발을 벗느라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자기집 같으면 귀찮게 신을 신었다 벗었다 할 일도 없겠지만, 저희들 뿐만아니라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 가정들은 미국인들과는 달리 여전히 실내에선 신발을 벗고 생활을 합니다. 집안에 청결을 유지하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문화적 전통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다른 누군가의 문지방을 넘는 일은 신성한 영역에 들어서듯 신을 벗는 것이 예의로 알고 지키며 살아온 것입니다. 북부 아프리카 지역의 문화도 이렇게 신을 벗고 남의 가정을 방문하는 풍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웃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구약성경 여호수아서 에는, 여호수아가 그의 신발을 벗는 장면를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수5:13-15) 그가 신발을 벗게된 배경의 내용은 아주 흥미롭고 감동적인 교훈을 주고있습니다.

 

모세의 죽음이후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끄는 지도자가 됩니다. 여호수아는 모세가 애굽을 떠나서 홍해 바다를 건넘으로 백성들의 맘을 모았듯이,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요단강을 건넘으로 결정적인 권위와 지도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같이 기적적으로 요단강을 건넌후 이를 기념하며, 그는 “길갈”에서 지금껏 이스라엘의 모든 아픈 과거와 실패를 “굴러내어 버린” (길갈의 뜻) 하나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이들에게 남은 일이란 오직 가나안의 땅을 정복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바로 여리고 성은 그들이 맞서 싸워야할 첫 번째의 도성이었습니다. 이같은 가나안 땅에서의 첫 전쟁을 치르기위해 여호수아는 지금 이스라엘 군대의 행렬을 이끌고 여리고 성으로 진군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여호수아의 행렬앞에 천사가 나타나 칼을 빼어들고 여호수아의 앞을 가로막아 섰습니다. 이 광경앞에 혼비백산한 여호수아가 이렇게 외칩니다: “당신은 우리편이요, 아니면 적들의 편이요?” 천사의 대답이 흥미롭습니다. “아니라!” (Neither!) 어느 편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으로 왔노라고 말씀합니다. 곧, 하나님이 보내신 사자였던 것입니다. 이 천사의 대답을 듣자마자, 여호수아는 땅에 얼굴을 대고 “무슨 말씀을 하시려 합니까?” 묻습니다. 그 때 천사의 대답입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그리고 여호수아가 그같이 행하였습니다.

 

여기에 중요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내 편도, 네 편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우리를 하나님의 편에 서도록 명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간혹, 우리는 하나님은 오직 내 편인양 깊은 착각과 자만에 빠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많은 승리와 은혜들을 그저 당연히 자신이 누려야할 것들로 여기는 잘못을 범하며 삽니다. 하나님이 내 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 두려운 사실을 알 지 못하는 것입니다. 미국 남북전쟁때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에게 한 참모가 있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하나님이 우리 북군의 편에 계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그 때, 아브라함 링컨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이보시오, 나의 관심은 하나님이 우리 편인지, 아닌 지에 있지 않소. 정작 나의 가장 중요한 관심은 우리가 하나님의 편에 서는 일 아닙니까? 왜냐하면 하나님은 언제나 정의롭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또한 자신들을 선택받은 민족이라 여겨도, 그들이 하나님 편에 서지 않고서는 아직 전쟁에 준비가 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인생의 전쟁도 마찬가지 입니다.  둘째로는, 하나님 편에 서는 일은 나의 신발을 벗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신발을 벗는 것은 순종과 겸손을 상징하는 행위입니다. 이웃의 문지방을 넘어 신성한 영역에 들어서듯, 하나님이 친히 역사하는 거룩한 싸움에 들어설 때에는 신발을 벗어야 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세가 불붙는 가시떨기 나무앞에서 하나님의 부름심을 받았을 때에도, 하나님은 그에게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발을 벗으라!”고 똑같은 명령하셨습니다. (출3:5) 오늘도 우리를 향해 거룩한 삶의 자리로 부르시는 주님앞에 신발을 벗고, 순종과 겸손으로 흔들림 없이 주님의 편에 서는 삶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