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특한 비유 속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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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누가 복음은 불의한 청지기를 주인공으로 한 비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허비하다가 해고 통지를 받습니다. 앞날이 막막해진 그는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불러 자기 마음대로 그들의 빚을 각각 50%, 20% 씩이나 탕감해줍니다. 이렇게 은혜 입은 자들이 자신의 앞날을 책임져줄 거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특이하게도 주님께선 이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십니다. 이 비유엔 무슨 교훈이 담겨있을까요?

첫번째 교훈은 불의한 청지기가 보여준 자기 미래를 향한 깊고 진지하고 치열한 태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초침 소리가 들리는 상황 속에서, 청지기는 지금 불안한 장래라는 벼랑 끝에서 생존의 길을 찾기 위해 그야말로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겁니다. 비유 속 청지기가 처한 이 극단적 상황을 통해, 주님께선 제자들에게 이렇게 도전하십니다. “믿음의 성도로서, 네가 전심으로 바라보아야 할 미래가 무엇인지 아느냐?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면 하나님 앞에 서게 될 텐데, 그 순간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느냐? 그 미래에 대한 생각이 너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느냐?” 요한 계시록의 가장 끝 부분에 이런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도 요한에게 마지막 때에 일어날 모든 일과 성도들이 영원히 살아갈 천국을 보여주신 후, 예수님은 요한에게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 약속하셨고, 그때 요한은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고 화답합니다. 이 장면을 묵상할 때마다, 예수님과 요한이 서로의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요한은 주님의 약속을 평생 잊지 않고, 주님을 기다리며 자신에게 주신 소명을 신실하게 이뤄갔습니다. 우리도 천국 문 앞에서 만날 하나님, 나의 삶 전체를 평가하실 하나님을 한 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만남을 가슴에 품고 하나님의 뜻을 끝까지 치열하게 이뤄가야 합니다.

두번째 교훈은 믿음의 성도들이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주님은 청지기가 불의한 재물을 사용해서 친구를 만들었 듯이, 주님을 믿는 빛의 자녀들도 그와 같이 미래를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가난하고 어려움에 빠진 자들을 보면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진실한 친구가 되어 주고 자신의 재물을 사용해서 필요를 채워주라는 뜻입니다. 그럴 때 도움을 받은 저희들이 도움을 준 너희들을 영원한 처소로 영접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희들이 하나님도 아니고, 어떻게 자기에게 친구가 되어 준 사람들을 영원한 처소 곧 천국으로 이끈다는 걸까요? 이 아리송한 표현을 풀 수 있는 키는 마태복음 25장의 양과 염소의 비유에 들어있습니다. 마지막 때 심판의 자리에서, 주님은 양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들은 내가 주릴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 마를 때 마실 것을 주었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해주었고, 벗었을 때 입혀주었으며 병들었을 때 돌봐 주었고 옥에 갇혔을 때 찾아와 위로해주었다. 그러자 양들은 놀라며 저희들은 주님께 그렇게 해드린 기억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이때 주님께서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라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놀랍게도, 주님께선 가난하고 어려움에 빠진 자들이 바로 나라고 말씀하고 계신 겁니다. 그러면서 양들에게 “창세 때부터 너희들을 위해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고 축복하십니다.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의 작은 자들을 주님께 하듯이 돕고 섬겨야 하는 겁니다.

불의한 청지기를 통해 주신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기 바랍니다. 마지막 때 심판의 자리에서 양과 염소를 구분하실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작은 자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기 바랍니다. 그 결과 주님께서 양들을 위해 창세전부터 예비해두신 천국을 상속받는 복된 삶이 다 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