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딱 한번 손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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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권 목사(크로스포인트교회)

흑백논리 -. 문제의 옳고 그름을 가릴 때 흑과 백 두 가지 선택만으로 판단, 내가 선택한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틀렸다는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로, 정치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경제는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로, 체제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로, 생산수단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양보와 타협의 실마리를 잃어버린 안타까움, 무례함을 지나 인간의 내면을 서슴없이 들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딱 한차례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스도 당시 이스라엘에도 사두개파와 바리세파가 서로 나뉘어 사사건건 서로 대립하고 상대를 향해 비난과 조소를 일삼으며 으르렁 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같은 뿌리인 모세 오경을 믿고 정치적인 권력 집단, 산헤드린 회원이라는 공통점은 있으나 흑과 백으로 갈려 타협 없이 대립하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 처형 할 때 딱 한번 손을 잡고 손뼉을 쳤습니다.

보수적인 사두개인들-.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며, 귀족 출신이 많고 이스라엘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높은 교육 수준을 유지 했으나 대중에게는 인기가 없고, 경제적인 기득권을 누리며 더 많은 영향력과 더 많은 산헤드린 회원 수를 갖고 친 로마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장악하며, 대대로 대제사장 가문이 사두개인 출신이라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헬레니즘을 받아들이고, 내세를 믿지 않으며, 영혼의 부활이나 천사 마귀 등을 부인, 이를 전하는 그리스도를 십자가 처형하는데 동조, 대립 관계에 있던 바리세인들과 딱 한번 손을 잡았습니다.

진보적이며 대중적인 지지와 인기를 누렸던 바리세인들 -.  평민 지도자들이 많고 각 지방에 흩어진 회당과 제사장들을 장악하고, 구전을 성경과 동등한 권위에 두었습니다.  사두개인들과 구별되게 헬레니즘을 반대하고, 반로마 정책을 지지하며, 내세와 부활, 천사와 사탄 등 보이 지 않는 세계를 믿고 가르치며,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그들을 지적하는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처형하는데 정적인 사두개인들과 딱 한번 손을 잡았습니다.

한편 이들 사이의 대립을 잘 알고 있던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공회에서 자신을 변호 할 때, “형제들아 나는 바리새인이요 또 바리새인의 아들이라 죽은 자의 소망 곧 부활로 말미암아 내가 심문을 받노라” (행 23:6)고 외쳐 사두개인들과 바리새인들 사이에 분쟁을 일으켰고, 공회가 나누어지며 다투자 로마 천부장이 군인을 보내어 바울을 구해준, 이분법 논리의 수혜자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는 하늘나라를 선포하실 때 바리세인들과 서기관들을 꾸짖으며, “화있을 진저 (Woe)”라는 강력한 언어를 사용하셨는데, 그들을 향하여 외식하는 자들, 탐욕이 가득한 자들, 소경들, 뱀들, 독사의 새끼들, 지옥의 자식들, 회칠한 무덤 등 강력하고 무서운 경고를 무려 일곱 차례나 쏟아 냈습니다.  그런데 정작 “화있을 진저”라는 말은 정죄나 꾸짖음, 절망과 고통, 생명을 잃을 위험한 상황을 알리고 이를 피하라는 경고와 사랑, 동정이 함께  포장된 말입니다.

그들이 ‘죄를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복음의 패키지를 전달 한 것입니다. 죄와 회개, 용서가 포함된 사랑의 패키지입니다. 흑백으로 나눈 영원한 단절이 아니라 사랑으로 그들을 다시 부르는,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과 기도의 대상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 5: 44) 품격이 다른 메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