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땅은 살아 있다 The Earth is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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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입춘에 그라운드 호그가 올라오고 우수의 봄비가 얼어붙은 땅을 감싸고 쓰다듬는다. 천둥소리가 땅을 흔들며 눈 이불을 재치고 일어나라며 긴 겨울의 죽음 같은 땅을 깨우니 생명이 기지개하며 꿈틀거린다. 일어나 일할 때가 왔다. 땅은 생명을 일으키고 자라 번성하게 한다. 유학시절 학교 아파트 옆의 작은 땅을 얻어 무 배추 파 등을 심었더니 넘치도록 많은 것을 풍성하게 수확하였다. 겨울에 땅이 황량하고 죽은 것 같더니 죽은 것이 아니라 잠을 자며 쉬고 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생명을 키우고 결실을 하며 많은 일을 하다가 겨울에는 필요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6년동안 땅을 경작하고 농사하지만 제 7년에는 안식하게 하라 하신다. 땅의 쌓인 피로를 풀고 새로운 생명력으로 회복되는데 겨울만으로는 부족해서인지 1년을 쉬게 하라는 것이다.

사람은 땅의 흙에서 왔다. 어린 시절 손에 상처가 난 때 “흙이 네 아비다” 하며 흙을 약처럼 뿌리던 것을 기억한다. 그후에 하나님이 흙으로 형체를 만들고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이 되게 한 것을 알았다. ‘사람’이란 살아있는 존재라는 말이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살라고 명령하시고 할 일을 주셨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시고 그가 창조하신 모든 것을 그를 대신하여 그의 뜻을 따라 다스리며 땅을 경작하고 지키도록 하셨다. 생육을 위하여 여인에게는 임신하고 해산하는 고통이 있고 생명이 살도록 남자에게는 땅을 경작하고 지키고자 땀 흘리며 수고하게 하였다. 사람은 생산하고 열심히 일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 쉬지 못하면 피곤에 쌓이고 건강을 잃기도 한다.

하나님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일하시기에 아들 예수께서도 그렇게 한다며 종일 사람들을 가르치고 병자를 고치면서 길과 일로 피곤하여 우물가에 앉아 쉬기도 하고 풍랑이는 바다의 일엽편주에서 곤한 잠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는 우리처럼 몸을 가졌기에 육체의 한계를 알고 휴식을 취하고 주무셨다. 피곤하고 약할 때 잠은 최고의 휴식이요 ‘최상의 약’이다. 잠을 자고 쉬는 동안 몸이 회복되고 면역체계가 강화되고 새로운 건강과 활력으로 소생하고 일한다. 밤이 되면 멜라토닌이 생성되어 잠을 자게 되고 날이 밝아오면 콜티졸이 분비되어 에너지와 각성이 일어나게 한다. 충분한 피로 회복과 삶의 활기에는 밤의 잠으로 부족하기에 일주일에 하루는 쉬면서 생명의 주인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를 예배하며 즐기도록 하였다.

육체와 삶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질병과 죽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지만 죽음은 두려움이라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 약을 먹지만 ‘불사약’이란 없다. 죽음으로 삶과 활동을 끝내면 남은 사람에게는 슬픔이다. 나사로가 죽자 누이들은 슬픔에 빠지고 친구 예수님은 멀리 있었다. 회당장의 딸이 병으로 신음할 때 주를 청하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데 아이는 죽고 사람들은 애곡하였다. 주께서는 이에 대하여 그들이 죽지 않고 자고 있다고 하시더니 “일어나라”로 깨우며 일으켰다. 죽음을 잠이라는 것은 깨어 일어난다는 말이다. 죽은 사람을 흙에 묻으며 “편히 쉬라”하는 것은 이불을 덮어주며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만나자는 말이겠다. 마지막 주께서 호령으로 땅을 흔들며 임하실 때 죽음의 잠에서 깨어나 주를 만날 것을 감격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