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든 것을 참는 사랑

1997

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사랑은“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 13:7)

1993년 3월 어느 날 고등학교 때 가까웠던 몇몇 동창들이 어디선가 모이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지만 제 마음을 더 설레게 만들었던 것은 그 모임에 오는 친구들 가운데 마음으로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기에 그 여학생과 모임장소로 함께 가기로 하였습니다. 함께 갈 생각을 하니 얼마나 설레던지요.약속 날 아침은 봄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숙사에서 출발하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 오늘 비도 오고 하니 약속한 장소까지 가면서 그 여학생을 내 우산으로 씌워줘야겠다’. 한 우산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제 둘이 함께 쓰면 적당할 것 같은 크기의 우산을 하나 챙긴 후학교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온 터라 그 여학생은 이미 우산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하지? 어떻게 우산을 함께 쓸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아주 어색하게도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같이 걸어가기가 불편하니까 내 우산을 같이 쓰자.” 그러나 그 여학생은 무심하게도 괜찮다고 하며 저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우산을 함께 쓰려고 했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잠시 후에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때 번뜩이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버스 안에서 서있기 힘드니까 내가 우산을 들어준다’고 해야겠다. 그리고는 내릴 때 ‘그 여학생의 우산은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냥 내 우산만 펴고 그 여학생을 씌워주면 되겠다’고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드디어 약속장소에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 문이 열리자 먼저 내려선 저는 우산을 펴고 그 여학생이 내려옴과 동시에 그녀의 머리위로 우산을 씌웠습니다. 그러자 그 여학생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우산을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척 “네가 들고 있기 힘드니까 내가 들고 갈게”라고 말하며 약속장소로 걸어갔습니다. 그 여학생은 당황하여 머뭇머뭇하였지만 내리는 비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 한 듯 이내 저의 우산 속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같이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던 그 행복한 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 등장한 여학생은 지금 저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사랑은 묘한 것입니다.좋아하고 사랑하니까 비가 오는 날 그 여학생의 머리위로 우산을 씌워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결국은 한 우산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한 지붕아래 살고 싶어졌고 벌써 한 지붕아래서 산지가 21년이 되었습니다.그런데 한 지붕아래 산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사랑의 의미가 있는지요. 고린도전서 13장 7절은 “사랑은 모든 것을 참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랑은“모든 것을 참는 것”이라는 말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덮어주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이 말씀의 의미를 조금 더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참는다”에서 “참는다”의 원어적(헬라어)인 의미는 “덮는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영어 성경에서는 이 부분을 “covers all things”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참는다’의 헬라어의 명사형(스테게)은 “지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준다”는 것입니다. 지붕이 집에 있는 것을 덮듯이 모든 것을 덮어준다고 하는 것입니다.사랑하면 씌워주고 싶고, 덮어주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어떤 부족한 면이 있든지, 어떤 모난 면이 있든지 그 모든 것을 덮어서 가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한국 속담 표현으로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니까 허물이 보이질 않습니다. 혹 보여도 그냥 덮어 주고 싶은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이것이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베드로도 말씀하시기를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 4:8)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우리의 모든 부족한 것은 가리우시고 심지어 우리의 더러운 죄악도 다 덮어주시며 그저 사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우리도 모든 것을 참는 사랑, 곧 모든 것을 덮어 줄줄 아는 사랑을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