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은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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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한미자유연맹 부총재/시카고)

 

미국정부와 한국내 보수진영의 대북판단이 계속 오류속에 있다. 미국은 북한에게 지속적으로 시간만을 허용하면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핵과 핵 운반수단을 완성할 기회를 주고 있고, 한국내 반북세력들은 지나치게 미국의존적 군사작전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 1591년 3월 1일 조선통신사 부사 자격으로 김성일은 일본을 다녀와 귀국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침공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통신사 정사인 황윤길과 수행 무사 모두 일본이 곧 조선을 침공할 것이라고 보고했는데 김성일만은 이를 부인했다. 선조 임금과 조정의 관리들은 김성일의 보고를 채택했다. 김성일의 발언과 잘못된 판단은 조선의 임진왜란 대비를 막았다. 잘못된 대북판단이 북한을 유리하게 할수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대미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즉 미국정부,의회, 국민들을 불안케 하며 북한의 힘을 주입시키는 전략이다. 지난 12월 3일 리태성 북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통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이 담화 이후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북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시기에 모종의 행동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북은 미국을 향해 그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지 않은 것일까? 2017년 북미 간의 대결이 치열했을 때 잠시 돌아가 보자. 2017년 8월 10일 당시 김락겸 북한 전략군 사령관은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 전략군은 괌도의 주요 군사 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역시 이번 성탄절 선물 발언처럼 미국영토를 핵공격할수 있다는 대미 심리전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정찰활동을 끊임없이 했다. 그리고 에스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며 한편으로는 힘의 우위를 과시하기도 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가 북한에서 반응이 없자 예정에 없던 중국으로 가서 북한과 만나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서 “아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과 동시에 “미사일 시험 발사가 아닌 아름다운 꽃병이 될지도 모른다”라며 희망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야기한 뒤에 20여 일간 미국은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과연 무엇일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전긍긍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방송 CNN도 “이 크리스마스 선물은 몇 주간 국가안보 당국자들을 사로잡은 이슈였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1일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북미 관계 관련 분석 기사에서 “북한의 행동을 시간 단위로 추적 중인 미국 군사. 정보 당국자들은 미국 해안에 닿을 수 있는 임박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막을 좋은 옵션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미국의 처지를 평했다. 북한의 전략은 한마디로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위기와 공포감 조성이다.

공화당 현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 민주당도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갈팡질팡이다. 8명의 민주당 중진 상원의원이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에 관한 서한을 보냈다. 그내용중에는 대북강경정책 반대, 그리고 북한 비핵화와 함께 북미간평화협정 체결까지도 들어가 있었다. 바로 북한이 가장원하는 것이 위장 비핵화로 미국을 속이고 미.북간 평화협정체결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협정체결후에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위법이 되며, 일본으로 미군이 철수한후에는 7일 이내에 남한을 기습 적화한다는 것이 북한의 계획이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할것 없이 모두 북한의 심리전에 휘말리고 있다. 대북정책은 실종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 비건 또한 한국에 와서 공개적 수모를 당했다.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한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카운터파트에 직접 말하겠다”,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 안다”라며 북한에 대화를 요청했다. 애초 비건 대표는 북한과 어떻게든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던 것인데 물밑 접촉에서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자 공개적으로 만남을 제안한 것이다. 미국에 돌아간 비건 대표는 워싱턴 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며 외교 실패를 인정했다. 며칠 동안 계속된 비건 대표의 애원에 북한은 일언반구 대꾸를 안 했다.

실종되어 가는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에 새로운 대북접근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