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믿음으로 천국을 준비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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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수 목사(순복음충만교회)

성경 누가복음16장에 등장하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는 예수님이 쓰신 2막짜리 시나리오입니다. 부자와 거지, 삶과 죽음, 천국과 지옥이라는 대비구도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생과 내생입니다. 제1막은 현생이고, 2막은 내생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궁극 목표는 언제나 가나안입니다. 성도의 최후 목적지도 죽음이라는 요단강을 건너 영원한 가나안, 천국에 들어가는 겁니다. 영국의 존 번연이 쓴 ‘천로역정’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입니다. 크리스천이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천국에 이른다는 긴 순례 여정을 다룬 천로역정에 등장하는 크리스천이 바로 우리입니다. 한 부자가 있습니다. 19절을 보면 그는 늘 최고급 옷을 입고 날마다 잔치를 벌이며 호화스럽게 살았습니다. 거지도 한 사람 등장합니다. 몸은 온통 피부병에 걸렸고 개가 그의 헌 데를 핥았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부자의 호화스런 삶도 병든 거지의 비참한 삶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부자는 죽어서 장사되었다고 했고, 거지는 그냥 죽었다고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 세상에서 부자와 거지의 삶과 죽음을 대조적으로 그린 제1막입니다. 2막은 내세입니다. 그들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순간 반전이 일어납니다. 두 사람의 처지와 운명이 뒤바뀌었습니다. 거지는 고독사 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천사들이 그의 영혼을 ‘아브라함의 품’으로 안내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며칠씩 애도하고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른 부자의 영혼은 음부에 처합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입체적으로 두 장소를 극명히 대조시키십니다. 아브라함의 품은 유대인들이 흔히 낙원, 천국을 가리킵니다. 부자가 간 음부는 하데스. 지옥(게헨나)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사후 세계의 시작이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에서 부자와 거지는 왜 그들의 사후 운명이 아브라함의 품과 하데스로 결정되었나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거지는 이 땅에서 가난하고 병든 노숙자로 살았기에 천국 가고, 부자는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았기에 지옥 갔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에 보면 부자는 이름이 없는데 거지는 나사로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나사로’의 뜻은 하나님은 나의 구원(하나님이 나를 도우신다)이라는 뜻입니다. 그의 이름은 그의 영적 정체성을 가리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나사로는 가장 불행한 사람이지만 영적으로는 가장 복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주님이 그렇게 작명하신 것 같습니다. 나사로는 이 세상에서는 누구에게도 의지할 데 없던 가난한 병자였지만 그래도 그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하나님의 은혜로만 살았던 경건한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부자는 왜 음부로 갔을까요? 부자가 부요하게 살았다 해서 지옥 간 것은 아닙니다. 그가 뇌물을 받거나 비리를 저질렀다는 말씀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지옥에서 처절하게 고통당합니다. 물 한 방울만 달라는 그의 호소는 거지 나사로의 이생에서의 삶보다 훨씬 비참합니다. 27절에 나오는 부자와 아브라함간의 대화에서 그 이유가 밝혀집니다. 부자는 아브라함에게 자기는 비록 지옥에 왔지만, 자기 형제들만큼은 이곳에 오지 않도록 나사로로 하여금 이 사후 세계를 증언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그들에게는 모세와 선지자의 글로 이뤄진 성경이 있으니 그들에게 들을 것이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부자 역시 다른 형제들처럼 생전에 모세와 선지자의 말씀이 있음에도 그것을 믿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모세와 선지자들이 전한 말씀을 믿었더라면, 대문 앞의 거지 나사로를 그렇게까지 방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의지하며 사는 대신 그는 그 많은 부로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았다기보다 자신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주님은 모세와 선지자의 말씀, 곧 성경 말씀을 믿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씀합니다. 물 한 방울을 간청하는 부자에게 아브라함은 너와 나 사이에 구렁텅이가 놓여 있어 왕래 불가하다고 말합니다. 부자가 불꽃 가운데서 아버지 아브라함이여 하면서 호소한 것이 하나도 응답되지 않습니다. 하데스에서는 기도해도 응답되지 않습니다. 성도의 최후 목적지는 영원한 가나안, 천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