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졸레 누보를 즐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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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진 서울호텔관광전문학교 교수

최윤진

 

 

 

 

지난 주 목요일, 그러니까 올해는 11월 19일 2015년 보졸레 누보가 출시되었다. 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되는 햇 와인이다. 보졸레 누보는 그 해의 포도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로 햇포도를 수확하여 짧은 기간 발효, 숙성시켜 그 해에 마시는 신선한 와인을 의미한다.

보졸레의 포도밭은 프랑스 최고의 와인산지인 부르고뉴 지역의 최남단에 위치해있어 행정구역상 부르고뉴에 포함된다. 하지만 부르고뉴와 보졸레는 토양의 구조, 기후, 포도 품종, 양조 방식 등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보졸레에서는 가메(Gamay)라고 하는 적포도 품종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품종은 적포도 특유의 타닌이 매우 가벼우면서도 블랙체리, 라즈베리, 제비꽃, 장미 등의 향과 과일 맛이 매우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보졸레 누보는 색상은 레드와인이지만 화이트 와인의 성격을 많이 띠고 있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약간 차게 하여 마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신선한 과일의 풍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보통 한 달 이내(크리스마스 이전)에 마시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품종의 특성과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서 보졸레 누보는 특유의 양조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명 탄산가스 침용법(Carbonic maceration)이라 불리우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기존의 레드와인은 줄기제거작업을 거친 뒤 살짝 껍질을 파쇄한 다음 양조통에 넣게 되는 반면 이 과정에서는 포도송이를 통째로 밀폐탱크에 넣고 탄산가스를 채우게 되는데 포도 한 알 한 알에서 발효가 일어나게 되어 아래쪽부터 자연스럽게 껍질이 파쇄되고 타닌이 가볍게 우러나오며 과일 맛이 풍부해지게 되는데, 그 후 짧은 숙성을 거쳐 판매된다.

그렇다면 보졸레 지역에서는 숙성시키지 않는 누보 스타일의 와인만 생산하는가? 그렇지 않다. 보졸레 지역의 와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일반 보졸레(Beaujolais)와인, 조금 더 우수한 토양에서 생산된 보졸레 빌라주(Beaujolais Village), 그리고 가장 좋은 등급의 와인인 보졸레 크뤼(Beaujolais Cru)이다. 보졸레의 크뤼는 10개의 마을로 구성되어 있어 10 Cru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보졸레의 10개의 크뤼는 Brouilly(브루이), Chirouble(쉬르블), Fleurie(플레리), Regnie(레니에), Cote de Brouilly(꼬뜨 드 브루이), Saint Amour(생따무르), Morgon(모르공), Juliéna(줄리에나), Chenas(쉐나), Moulin-à-vent(물랭아방) 등이다. 이러한 크뤼 와인은 숙성잠재력을 지녀 5년 이상 보관해서 마실 수도 있고 신선한 상태로 즐겨도 좋다.

보졸레 와인은 주로 네고시앙이 와인 양조장으로부터 와인을 매입하여 블렌딩하고 병입하여 네고시앙 이름을 라벨에 표기하여 판매한다. 보졸레의 네고시앙은 약 30개 정도가 있으며 잘 알려진 네고시앙으로는 루이 자도(Louis Jadot), 조르주 되베프(Georges Dubeuf), 부샤르 페레에피스(Bouchard Pére Et Fils)등이다.

작은 마을의 햇 와인 축제로 시작하여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가을 이벤트가 된 보졸레 누보. 보졸레 누보의 성공으로 지금은 보졸레 지역 와인 총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보졸레 누보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숙성력이 없는 싸구려 와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보졸레 지역 자체의 개성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찌되었건, 올해의 보졸레 누보는 특히 생동감 있고 맛이 좋다고 하니,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놓치지 말고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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