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급변사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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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한미자유연맹 부총재)

바이든 행정부 또한 과거 미국 행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갈수록 핵을 보유한 북한을 쉽사리 자극하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정부는 지금의 남.북분단 상태를 평화롭게 유지시킬 수 있을것이라고 오판하고 있는것 같다. 북한이 장기적 대북제재와 폐쇄 통치를 하고, 굶어가면서까지 만든 핵과 그 투발수단을 단지 장식용으로 두지만은 않을것이다. 이런 위급한 현실속에서도 북한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나오면서 김정은의 유고로 인한 북한급변사태 또한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지난 1월9일 개최한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개정한 조선노동당 새 규약이 최근 언론에 입수돼 보도됐다. 그런데 이 새 규약에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김정은의 대리인 직제를 새로 명시한 것이다. 규약 26조에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라는 대목을 집어넣은 것이다. 물론 북한에선 김정은의 말이 가장 강한 법이지만, 이 노동당 규약은 적어도 글로 만들어진 규범 중 가장 센 것이다. 북한의 헌법보다 더 강력한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당 규약에 노동당에 제1비서라는 직제가 새로 생기고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 총비서 김정은의 대리인이다”고 규정했다. 대리인은 말 그대로 김정은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때 그를 대신해 통치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른 말로 현재 시점에서 후계자라 볼 수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독재체제에서 대리인과 같은 후계구도는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그랬다간 기성 권력의 파워는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일성도, 김정일도 환갑을 훌쩍 넘긴 시점에 후계자를 정해 발표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 발표된 시점은 1980년, 김일성이 68세 때였다.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 달 넘게 사경을 헤맨 뒤에야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다. 김정일 나이 66세 때이다. 그리고 실제 3년 뒤 김정일은 공식화된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번에 김정은의 대리인이 누구인지는 물론 명시되지 않았다. 여러 사람 이름이 거명은 되지만, 혈족인 김여정이 될 것이란 분석이 공통된다. 어쨌건, 김정은 건강에 뭔가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권력자 입장에서 자신의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후계자는 절대 빨리 지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더 구체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2020년 4월15일 태양절 기념 참배조차 하지 않아 김정은 사망설이 한국 언론을 달구었다. 5월1일 모습을 나타내 사망설은 수그러들었지만, 같은 달 24일까지 김정은은 또 23일간 은둔했다. 특이한 것은. 언론이 전하는 북한 내부 소식이다. 북한 고위 소식통들은 “최근 들어 김정은의 신경질이 급격히 늘어나고 비준해야 하는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고 있으며, 결재를 받으러 들어간 간부들을 향해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해왔다. 원래 악독한 성질이라지만, 정신적으로 더 불안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엔 갑자기 김여정이 등장해 말 그대로 대리인 행세를 한다. 개성공단을 폭파하고 자기 이름으로 담화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두 달 뒤 한국 공안기관은 8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 보고에서 ‘위임 통치’라고 표현한다. 뭔가 이상하다. 김정은이 정상이면 나올 수 없는 일들이다. 특히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함께 북한에선 처형이 크게 늘고 처형 방식도 아주 잔인해졌다. 물론 김정은의 악랄한 기질은 집권 이후 일관된 것이지만, 이미 완벽한 권력을 장악한 김정은의 처형방식이 지난해부터 유독 더 심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노동당 경제부장이 공개 처형된 뒤 화염방사기로 불살라졌다. 올해 2월엔 공훈국가합창단 지휘자가 수천 명의 예술인 앞에서 시신도 분간할 수 없이 처형됐다. 비슷한 시기 북한 공식 서열 5위인 박태성 선전비서도 처형됐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2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무려 700여명이 방역지침 위반으로 처형됐다. 김정은의 유고시 발생할수 있는 북한급변사태를 예고하는 마지막 발악일수 있다. 김정은은 최근에도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11일부터 지금까지 50일 동안 김정은은 딱 3일 동안만 잠깐씩 얼굴을 드러냈다. 결국 김정은의 몸에 이상조짐이 누적되면서 김정은이 노동당 규약에 대리인을 꺼내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김정은의 아들은 2009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을 물려받으려면 아직 10년은 더 권력을 지탱해야 하는데 10년 안에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북한 급변사태도 가능해 보인다. 마치 구소련이 붕괴되기 직전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했지만, 핵무기 및 군사력과는 상관없이 몰락한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