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안의 시대 – 트럼프의 이민정책

2151

 

김영언 변호사 (법무법인 미래/시카고)

 

4년전, DACA 라는 약자로 불리우는 청소년 추방유예정책이 시작될 무렵, 저는 꽤 많은 염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신청시 제출한 주소등 모든 개인정보가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서 반대로 추방을 당하는데 사용될수 있다는 염려였었지요.  당시 저는 의뢰인들에게 정권이 아무리 공화당으로 바뀌어도 미국의 정부정책이 그렇게 정반대의 행정목적을 달성하도록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제 확신을 담아 말씀드렸습니다.

11월 8일 대선이후, 저는 지난 열흘동안 전화와 이메일로 수많은 분들의 염려어린 문의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모든 언론의 생리가 그렇지만 인터넷 상에는 새이민정책에 대해 이미 확정된 것이라도 있는듯 비자신분이 없는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현재 이민절차를 밟고 있는 분들에게 불리한 예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실은 아직도 4년전의 확신은 여전히 제게 있습니다만, 트럼프 당선자가 워낙에 즉흥적이고 과격한 정책을 시행할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 이민법 만을 다룬 지난 10년 변호사 기간 중에 가장 불안한 심정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민변호사협회의 미국변호사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의뢰인들에게 고작 우리가 지금 드릴수 있는 얘기는, 트럼프가 선거전략상 백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 다소 레토릭으로 말한 극단적인 정책, 예컨대 1,100 만명에 달하는 모든 불법체류자를 추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므로, 실제 임기 중에는 이전 정부들도 늘 그래왔듯이 중범죄 전과자 위주로 추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문제로 많은 분들이 불안과 염려를 하는 이 시점에 제가 드릴수 있는 기여는 이것 하나인 것 같습니다. 걱정스러운 점들은 있지만 필요이상으로는 하지 말자고요. 그리고 그러려면 구체적으로 그가 내세운 이민정책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9월 1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시행할 이민정책을 10가지로 추려서 발표했습니다. 번역상의 왜곡을 막기 위해 영문으로 알려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Build the wall
    2. End “catch and release.”
    3. Create a deportation task force and focus on criminals in the country illegally
    4. Defund sanctuary cities
    5. Cancel President Obama’s executive actions
    6. Extreme vetting. Block immigration from some nations
    7. Force other countries to take back those whom the U.S. wants to deport
    8. Get biometric visa tracking system fully in place
    9. Strengthen E-Verify, block jobs for the undocumented
    10. Limit legal immigration, lower it to “historic norms,” and set new caps

멕시코와의 국경을 담으로 세운다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정책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꽤 진행되어 왔던 것입니다. 다만 멕시코에 건설비용을 전가하겠다는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한 제안은 그의 실제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현재 ICE 라 불리는 단속직원의 숫자를 세배 증강한다는 것은 실시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의  이민정책 분야의 Secretary 로 물망에 오르는 이가 Arizona 주에서 일반인에게 길거리와 도로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정책을 시도하려 했던 것을 염려하는 이민변호사들이 많습니다.  5번이 DACA 의 취소를 말합니다. 트럼프는 당선직후 이부분을 자신이 취임하면 바로 시행할 정책으로 다시 공언까지 했으니 이는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기존에 1,100만명 추방에서 한발 물러나 200만명정도의 범죄전과 불체자를 추방한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DACA 신청의 정보 자체로 바로 추방자명단에 넣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그렇게만 보면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그리 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중 역대최고로 불체자를 추방하였습니다. 남은 트럼프정책의 몇가지는 테러리스트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입국시와 이민절차에 있어 신원조회를 강화할 것을 강조합니다. 결국 10가지 정책의 아홉가지는 추방과 불법이민자 입국의 억제에 주안점이 있습니다.

한가지 큰 불확실한 부분은 마지막 10번째입니다. 합법이민의 제한. 새로운 연간쿼터의 설정. 이것 말입니다. 현재 오바마행정부는 최근 15년 이민역사상 합법 취업이민의 길을 가장 빠르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영주권절차가 5~6년씩 걸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것이 지금은 1년 남짓에도 나오고 있으니까요. 이부분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될지는 현재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지나친 염려는 마셨으면 합니다. 불체자 추방정책도 당장에 후퇴하였고, 합법이민절차의 제한도 그가 내세운 정책 10가지 중에 가장 마지막이니까요. 앞순위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가지 않을까요.

앞으로 동포사회가 알고 있어야 하는 이민정책이 발표되면 신속하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장은 솔직히 조국이 더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