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빈민이 아니라서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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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원 공인재정상담가

미국에서 열심히 생활하시는 동포들로부터 가끔 푸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가 빈민에게 제공하는 복지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볼 때 속이 상하다는 것입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 입니다.  많은 한인 학생들이 재학중인  일리노이 주립대의 학비는 일년에 약 3만5천불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런데 이 대학교육비는 해당 가정의 수입과 재산 능력에 따라 실제로 내야하는 금액은 달라집니다. 일반 중산층 가정은 이 금액을 모두 내야하는 반면에 수입이 적은 가정은 이 금액의 절반 또는 더 낮은 수준까지 여러 보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는 부모의 경제 능력이 충분치 못한 가정에 태어난 자녀들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꼭 필요한 제도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함으로 열심히 일하며 자녀들의 학업을 뒷바라지하는 성실한 납세자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A씨는 아침 6시에 출근하여 밤 7시까지 본인 세탁소에서 열심히 일을 합니다. 이렇게 해서 10만불이 조금 넘는 수입을 올리는데 첫째 아이가 대학을 진학하자 학비 3만5천불을 모두 자신이 부담하든지 아니면 학자금 융자를 받은 뒤 원금에 이자까지 상환을 하여야 합니다. 반면 B씨는 자신과 아내가 다니는 직장으로부터 임금의 반을 현찰로 받는 방법을 통해 수입을 낮추어서 학비의 절반 정도밖에 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A씨는 세금도 많이 내고 자녀 학자금도 더 많이 내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더 억울한 일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B 씨 가정의 자녀가 받는 정부 보조금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A씨 같은 성실한 납세자가 낸 세금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일은 비단 학자금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운영하는 사업체 매상에 현찰이 많은 점은 이용하여 실제 소득을 상당히 낮추어 보고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가난한 가정에 제공하는 푸드스템프, 메디케이드와 같은 빈민 복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집이나 은행 금고에는 수십만달러 이상의 현찰을 감추어 놓고 있습니다.  반면에  회사원, 공무원, 간호사등으로 근무하며 수입은 자영업자의 것에 못 미쳤지만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은 미미한 분들도 많습니다.  얼핏보면 세상이 불공정하고 미국의 복지 제도가 상당히 잘 못 되어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그림으로 보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돈으로 저축 및 투자를 하신 분들은 그렇치 않은 분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계십니다.

저희 고객 중 남편은 우체국에서 평균 4-5만불 정도의 급여를, 아내되시는 분은 미국공장에서  3-4만불 정도의 급여를 받으시다가 은퇴를 하신 분이 계십니다. 연 평균 소득이 7-8만불 밖에 안되었지만 정작 은퇴를 하자 생활이 더욱 넉넉하여 지셨습니다. 남편분은 소셜시큐리티 연금과 우체국 연금으로 매월 $2,400, 아내분은 소셜시큐리티 연금으로 $1,300을 받으십니다. 남편분은 우체국 직장 은퇴계획(Thrifty Savings Plan)에 저축하신 돈이 약 45만불이 있으시고 아내분은 직장 은퇴계획 (401K)에 약 30만불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두 분의 은퇴구좌에서 매월 $2,500씩 인출하여 생활비에 보태고 계시는데  연금과 은퇴구좌 인출을 합하면  월 수입이 $6,200이 되어서 현직에 계실 때 사용하던 생활비보다 오히려 더 많은 금액입니다. 게다가 약 75만불에 달하는 이분들의 은퇴구좌는 연간 약 5.5% 정도의 수익률로 약 4만1천불 정도의 이익금이 생기는데 이 중 약 3만불만 본인들이 사용하시고 원금과 나머지 돈은 손주들의 학자금 구좌와 자녀들의 몰게지 Payoff를 위해 조금씩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이분들은 평생 적은 수입 가운데에서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셨고 그 흔한 렉서스 한번 타보지 못하셨지만 미국사회의 자랑스러운 시민일뿐 아니라 아무리 오래 사시더라도 노후 생활에 대한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사회보장제도는 그 설립목적에 맞게 소외되고, 불우하고, 장애가 있는 약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이들에게 존엄성과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고 도리입니다. 이 점을 알기에 우리는 기꺼이 납세를 하고 이를 토대로 함께 행복한 사회를 영위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이러한 혜택을 이용하는 것은 불우한 이웃에게 돌아갈 혜택을 축소시킴과 동시에 성실히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의 재산을 훔쳐가는 것과 동일합니다. 앞서 예를 들어드린 제 고객과 같이 많은 수입이 없어도 열심히 저축하고 미리 잘 계획한다면 부끄럽지 않은 은퇴생활을 모두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Tel: 847-486-9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