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상력의 시대를 붙잡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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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목사(시카고 기쁨의 교회)

 

작년에 작고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인류의 3대 혁명으로 ‘농업혁명’,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화혁명’을 말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곧 정보화 혁명의 시대의 종말과 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정보화 혁명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은 소속감과 동질감, 연대의식 등으로 사회를 변화시켜 갔다. 그러나 관계의 그물에서 벗어나거나 배제되고 싶지 않은 욕구만으로 세상을 새로운 단계로 진보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은 비로소 의구심을 주고 있다. SNS의 전성기 시대에 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고독과 외로움 속에 고통 받는다. 안전과 소유를 추구했던 산업혁명 시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전쟁과 반목은 정보화시대에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관계와 정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연결과 수집의 단계가 제대로 된 인간애(人間愛)와 공공성을 바탕으로 선택된 정의(正義)가 사회 전반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도서관에 찾아가 매주 신간으로 나오는 책들을 보면서 지식과 정보의 무한한 한계를 느끼고, 매일같이 페이스북에 수 십 명의 ‘친구’가 되기 원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보면서 인간 만남의 허무함을 깨닫는다. 모두 읽을 수 없고, 모두 만날 수 없는 시대에 정보화의 혁명은 앨빈 토플러의 죽음과 함께 내려 놓아야 할 때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슨 시대로 가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상상력의 시대’(Revoluation of Imagination)로 가야 한다.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예센(Rolf Jensen)은 1999년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는 책을 통해서, 상상력과 꿈이 기업 경쟁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즉, 정보화 혁명 시대의 이성과 정보, 관계와 연결이 아닌, 감정과 꿈(비전), 생각과 이야기가 세상 전반을 변화시키는 혁명적 도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애플 회사의 기업문화 가운데 스티브 잡스의 창조경영 마인드가 그 예가 될 것이다. 또한 GE는 ‘상상력 돌파’(Imagination Breakthroughs)라는 경영핵심을 가지고, 비전형 지식을 가진 상상력을 뛰어넘는 직원을 훈련시키고, 그에 걸 맞는 새로운 일꾼을 찾고 있다. 상상력의 시대를 준비한 GE는 금융과 제조업의 위기라는 미국의 경제 불안 속에서도 계속적인 성장과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보통의 사람들은 상상력의 시대를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민 사회는 변경된 농경시대나 왜곡된 산업시대에 머물면서, 정보화시대를 누리는 자녀 세대와 격세지감만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가? 한 길에 앞으로만 달리던 기차가 그물처럼 이어진 길 앞에 멈칫 하며, 명령과 지시만 따르던 삶에 상상과 이야기가 주류가 되어가는 시대에 갈팡질팡하는 우리 이민 1세대의 모습 속에서 한(恨) 깊은 연민이 든다.

성경 속 다윗도 이민자의 삶이 있었다. 자신을 미워하는 사울 왕에 쫓겨 타국을 전전하며 다녔었다. 그 때마다 다윗은 꿈을 꾸고 상상을 했다. 눈 앞에는 없지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그것으로 그는 하나님을 보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했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편 23:2). 그는 지금 어두운 동굴 속에 자신을 죽이려는 창과 칼을 든 원수들을 피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지옥에 있는 사람처럼 숨어 있다. 그러나 그는 원수 대신에 하나님을 상상하고, 죽음 대신에 생명을 노래한다. 그래서 끝내 그는 통일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 우리 이민의 삶이 어둡고 그늘진 다윗의 과거보다 좋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지 않고 상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윗의 동굴 속에 머무는 사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상상하자! 내일을 이야기하자! 바로 그때 힘들고 버거워만 보이는 이민의 삶이 희망의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