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해와 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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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초등학교 미술 시간 50여명의 학생들이 가득 들어 앉아 있는 교실, 책상 마다 흰색 도화지가 한 장씩 펼쳐져 있습니다. 미래의 자기의 꿈을 그리라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아이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 흰색 도화지를 아무리 쳐다 보아도 아무런 생각이 잘 나질 않습니다. 교실 창 밖을 내다보며 한 동안 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지만 막연한 생각만 듭니다. 교실 안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각양각색입니다.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림을 그려 나가는 친구들도 있고, 짝의 옆구리를 찌르며 뭘 그릴거냐고 서로 묻고는 뭐라 말했는지 모르지만 그 말이 우스워 깔깔깔 웃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새로운 일년 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새 해의 첫 시간이 마치 미술시간에 하얀 도화지를 받아 들고 그 흰색 종이 위에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던 그 순간의 기분과 같은 마음을 느낍니다. 우리는 2021년이라는 커다란 흰색 도화지를 받아 들었습니다. 우리는  무슨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

한국 사람들의 마음 비타민이라 불리는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작가 고도원씨의 책 ‘꿈 너머 꿈’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던 고도원 작가는 젊은이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습니다. 그 질문은 꿈이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첫번째 학생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고도원 작가가 다시 물었습니다. “과학자가 돼서 뭐 하시게요?” 그 학생은 머리만 긁적일 뿐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두번째 학생도 교수가 되는 거라고 답을 했지만 교수가 된 다음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는 역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세번째 학생은 백만장자가 될 거라는 다소 엉뚱한 답을 하였습니다. 그 학생은 고도원 작가의 되묻는 질문에 큰 소리로 “잘 먹고 잘 살려고 합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본인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고도원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세 학생에게는 모두 꿈이 있습니다. 이 꿈들이 꼭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과학자가 되고 교육자가 되고 백만장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 세 학생에게는 “꿈 너머 꿈”이 없습니다. 과학자가 되고 교육자가 되고 백만장자가 된 다음에 무엇을 하겠다는 바로 그 무엇! 꿈 너머의 꿈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일 년의 시간을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하얀 백지에 개인의 건강, 가족의 행복, 사업의 번창, 자녀들의 성공 등등 많은 것들을 꿈꾸고 계획하시며 그런 그림을 그리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 이상의 꿈이 있어야 합니다. 꿈 너머의 꿈…. 바로 하나님이 주시는 꿈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리스도인의 삶과 꿈을 꾸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주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눅 10:27).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꿈이 모두 나와 나의 가족과 나의 건강, 나의 비지니스, 나의 행복과 같이 나를 향한 것들만 있다면 우리의 모습이 주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일단계의 꿈을 넘어서는 꿈 너머의 꿈을 꾸며 그런 그림을 그려 나갈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꿈의 방향이 안으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에서 한 걸음, 꼭 한 걸음만이라도 이타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나의 이웃을 위하여 그리고 하나님과 교회를 향한 꿈이 우리의 하얀 도화지에 채워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