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생명의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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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피지 낙토(樂土)”, 세상의 종말이 올 때 구원을 얻기 위하여 구별된 땅, 은혜로교회 400여명의 신도들은 신옥주 목사의 말을 믿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 피지로 이주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곳에서 맞은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여권을 빼앗긴 채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귀국은 물론 외출 조자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반 감금 상태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특히 귀신을 쫓고 영혼을 맑게 한다는 명목으로 ‘타작마당’이 어김없이 진행됐는데, 이는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를 때리게 하거나 특정 신도에 대한 집단폭행도 서슴지 않는 잔혹한 의식이었습니다. 결국 이와같은 은혜로교회의 만행은 여러 제보자들을 통해 사회에 폭로되었고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반기독교적 감정을 일으키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은혜로교회 교인들은 자신들의 전 재산을 헌납하고 가족들과의 인연도 끊을 만큼 뜨거운 열정과 순종하는 믿음으로 남태평양의 작은 섬 피지로 날아갔습니다. 우리들 가운데 그들의 믿음보다 더 큰 믿음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찌 보면 그들의 헌신과 믿음은 너무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전 지역에 여섯 성읍을 도피성으로 구별하도록 하셨습니다(민 35:11-15). 도피성은 부지중에 살인한 죄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서 진심으로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그분께 나아오는 사람은 누구든지 구원받게 된다는 것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는 구약의 그림자입니다. 도피성은 요단강 서편에 세 곳, 요단강 동편에 세 곳이 있어 가나안 땅 어느 곳에서든지 한나절 안에 갈 수 있는 곳에 분산 배치되었습니다. 아울러 도피성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평탄하도록 잘 손질이 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피의 복수자들을 피하여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촌각을 다투어 도망하는 죄인들이 신속하게 도피성에 도달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은혜였습니다. 아울러 도망하는 죄인들이 도피성으로 신속히 달려 들어 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조치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그것은 표지판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표지판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 표지판이 방향을 잘못 알려주거나 내용이 틀리면 이 도망자는 도피성으로 가지 못하고 원수로부터 생명을 잃게 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도피성으로 가는 표지판에 장난을 치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는 우리 죄인들이 도피성으로 달려 들어가서 목숨을 구하고 영생의 구원을 얻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그는 교묘한 방법으로 도피성되신 예수그리스도에게로 나아가는 표지판에 장난질을 합니다. 그 존재가 무엇입니까? 우리의 원수 사단, 마귀입니다.

그렇다면 도피성 되신 예수그리스도에게로 달려 가는 우리의 믿음의 방향을 잡아 주는 표지판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오직 성경만이 믿음의 유일한 지침서요. 생명의 표지판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이 아무리 뜨겁고 믿음이 크다 할 지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되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되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랑은 위험한 사랑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되 그 믿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믿음은 맹신이요. 이것 또한 위험합니다. 남태평양의 섬 피지가 그들의 도피성이 될 줄로 생각했던 은혜로교회 교인들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믿는 바가 하나님의 말씀에 합당한 믿음이었는가를 살피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직 성경, 하나님의 말씀만이 우리 죄인들의 삶의 길라잡이가 되어, 표지판이 되어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옳은 길로 인도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되 우리 주님이 원하시는 사랑을 드려야 합니다. 예수님을 믿되 그 믿음이 말씀의 반석 위에 올곧이 세워진 믿음이 되어야 합니다. 생명의 표지판이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우리를 도피성 되신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