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샤덴프로이데와 욥의 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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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

시카고 한마음 재림교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옛말 속에는 타인의 행복에 대한 질투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면서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이 사람의 당연한 도리일 것인데 오히려 우리들의 마음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묘한 쾌감을 느낍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놓고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신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이상한 쾌감을 느끼는 감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있는 모양입니다. 독일에는 아예 이런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샤덴프로이데(Schaden freude)’ 독일어로 ‘Schade’는 영어로 ‘Damage'(아픔, 고통) 혹은 ‘Harm'(난처함)을 의미하고, ‘Freude’는 영어로 ‘Joy'(즐거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의 의미를 풀어 이야기 한다면 아픔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부끄러운 즐거움’, 혹은 ‘난처한 쾌감’이라는 뜻으로 번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구약성경 욥의 이야기 가운데 이러한 감정이 드러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창 잘 나가던 욥에게 닥쳐온 불행을 보면서 그의 친구 데만 사람 엘리바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전에 네가 여러 사람을 훈계하였고 손이 늘어진 자를 강하게 하였고 넘어지는 자를 말로 붙들어 주었고 무릎이 약한 자를 강하게 하였거늘 이제 이 일이 네게 이르매 네가 힘들어 하고 이 일이 네게 닥치매 네가 놀라는구나” (욥기 4:2-5)  이 말 속에 욥의 불행을 대하는 친구들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전에 네가 잘 나갈 때는 여러 사람을 교훈하고 힘 좀 썼지만 이제는 네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그것도 감당 못하느냐”라고 말합니다. 고통 가운데 있는 욥을 위로하기는 커녕 오히려 책망하는 듯 합니다. 그러면서 엘리바스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논리로 욥을 더욱 다그칩니다.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욥기 4:7) 욥이 당한 불행은 그럴만한 이유 곧 욥, 자신의 죄 때문이라고 비난을 하기까지 이릅니다. 불행 가운데 고통 받고 있는 욥에게 친구들이 하는 말은 위로라기 보다는 오히려 ‘너도 뭔가 잘못한 거 있지? 쌤통이다.’ 라는 식의 비웃음으로 느껴집니다.

사실 욥기서의 대부분은 제한된 인간들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죄와 고통에 대한 무의미하고 결론 없는 논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마침내 온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위대하심 앞에 그들의 말싸움은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것임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데 욥기서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욥의 행동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어떠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욥의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그런즉 너희는 수소 일곱과 숫양 일곱을 가지고 내 종 욥에게 가서 너희를 위하여 번제를 드리라 내 종 욥이 너희를 위하여 기도할 것인즉 내가 그를 기쁘게 받으리니 너희가 우매한 만큼 너희에게 갚지 아니하리라 이는 너희가 나를 가리켜 말한 것이 내 종 욥의 말 같이 옳지 못함이라” (욥기 42:8, 10) 지금껏 신나게 “인과응보야~. 솔직하게 이야기 해 봐 너 뭐 잘못했어?” 하면서 ‘샤덴프로이데’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들에게 욥은 어떻게 하는가? 그들을 위하여 기도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기록된 ‘기도’의 의미는 ‘중보’한다는 것입니다. 욥은 지금 친구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중보 기도를 드렸다는 것입니다. 옳은 소리만 해대고, 너 잘못이 뭐냐면서 꼬치 꼬치 캐묻고, 자기 잘난 소리만 했던 그 못난 친구들을 위하여 지금 욥은 중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습이 바로 욥이 위대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구절입니다. 당대의 의인이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 가를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습은 곧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조롱하던 자들을 위해 중보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을 표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샤덴프로이데”가 아니라 “중보의 기도”를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