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섬김 받으려 함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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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사람은 누구나 본성적으로 인정과 섬김을 받고자 하나 반대로 남을 인정하고 섬기려 하지 않기에 갈등과 문제가 생긴다. 자기 위치나 직업이 남보다 나으면 소위 갑질이 많다. 에티오피아 의사들은 고개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심하다. 인구 9천만에 의사는 4600명이니 평생 의사를 보지 못하는 자가 많은 희소 가치가 그렇게 만든다. 거기 서울의 명성교회가 병원을 세우고 사역하다가 의과대학을 시작하며 나를 초청하였다. 나는 해당하지 않은다고 하였으나 학생들을 예수 제자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라 주의 음성으로 듣고 응하였다.

때때로 타문화 단기 선교를 하다가 이젠 상주 선교사가 되는 것이다. 새 일을 시작하며 방향을 정하고 누군가를 따를 모델이 필요하다. 이민 교회 목회에서처럼 선교의 주인되는 예수를 따른 성육 선교 곧 현지 사람들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하나가 되고 그들을 섬기는 것이다. 그는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고 오신 분이다. 그는 본래 하나님이지만 그 자리를 비우고 우리와 꼭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와서 가난하고 병든 자, 고통과 억압에 시달리며 소외와 사회부정에 눌린 사람과 지역을 찾아 함께 하며 섬기고 치유하며 생명을 회복하는 일을 하다가 결국 자기 목숨을 희생하여 주었다.

“섬김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려고” (Not To Be Served But To Serve)하는 교훈이 선정되고 학교가 개교하였다. 기본적인 하드웨어 건물은 지어졌으나 교육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현지 몫이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중 절반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가난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도움받는 것과 공짜에 익숙하다. 수학을 위한 장학금과 컴퓨터 마련도 중요하나 이들을 예수 닮은 제자로 만드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사역이다. 육체의 건강만 아니라 정신과 정서, 영성과 관계를 포함한 전인 의학(whole person medicine)을 목표로 삼고 먼저 그 일이 학생들에게 일어나도록 훈련을 시작하다. 의학적인 것은 다른 교수들이 하지만 나는 매일 채플 예배 인도, 교실에서 세계관과 윤리학 교수, 그룹 성경공부 제자 훈련, 개인 상담을 병행하다. 장학금 수령자는 교내 봉사로 섬기게 하고 전체 학생은 월 2회 초등 학교, 고아원, 특수 병원 등을 정하여 봉사함으로 관계와 섬김을 훈련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나 직원과 학생 모두가 기쁨으로 함께하니 기도와 하나님 은혜로 이들의 습관과 인성이 변화될 것을 내다보다. 병원 전체 직원 경건회에 참석하고 말씀을 전하며 또 한인 사역자를 위한 주일예배 참여와 말씀 증거는 주의 사랑과 격려를 나누는 기회였다.

학교 안에만 아니라 어디서나 할 일이 많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교회당 건물이 필요한 곳에 건물을 짓고 물이 필요한 곳에 우물을 파고 가난한 싱글 엄마들을 후원하고 현지 교회 목회자를 훈련하고 한국 선교사, 미국 선교사들과도 유대관계를 맺다. 아내는 병실 심방과 그룹기도회, 정원 조성을 즐거움으로 하였다.

우리 자신에게 한계가 왔다. 고산병으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2년 반이 되지 못하여 철수하는 안타까움이었다. 건강한 동안 섬기겠다는 마음을 주께서 받아주신 것을 감사하며 그곳에 뿌린 예수의 섬김 씨앗이 자라나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