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현 칼럼] 시카고에도 새바람은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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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변호사/시카고

시카고에서 10여년 전 본지의 기자생활을 할 때 이 글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시카고에도 새바람은 분다”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했던 기억이 새롭다.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가 로렌스길 시대를 접고 서버브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과연 어떤 거주지와 상권을 중심으로 어떻게 변모해 갈 것인가에 대한 진단을 해보고자 함이었다.

시카고를 한 몇 년간 오래 떠나 있다 돌아와서 그때의 예측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니 그 당시 각계 분야 전문가분들의 전망과 한창 진행됐던 여러 개발 계획대로 밀워키길을 중심으로한 글렌뷰 지역이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부로 더욱 발전한게 돋보였다. 새로운 한인 상가들이 실제로 건립돼서 입점업체들이 성행하고 있었고 몇몇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새롭게 진출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서버브 지역을 벗어나 다운타운을 비롯해 시카고시 중심부를 갈 일이 많은데 한인 커뮤니티가 나름 변모했다면, 시카고시는 제법 많이 발전한 모습이었다. 시카고 다운타운 주변 주거지역 및 핵심 상권들을 비롯해 다운타운 인접 지구인 링컨팍, 위커팍, 벅타운 등지에는 지난 몇 년 내에 새로 지어진 대형 몰들과 스트릿몰, 콘도 단지들이 간간히 눈에 띠었다. 아무래도 이들 지역이 서버브에 비해서는 단연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서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의 가로수길, 경리단길 처럼 젊은이들로 복작거리는 곳들도 많은 데인 만큼 활기가 넘치기도 했다.

바람의 도시라 불리는 시카고가 미국내 현지인들이 느끼거나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듯이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아주 역동적이거나 새롭게 뭔가가 이뤄지는 곳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동부와 서부를 중간에서 잇는 센터 지역으로서 중서부 지역의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도시들의 중간 교착지 역할을 하는 시카고는 이와 같은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전미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주 한인들에게도 늘 그렇듯 “뭔가 특별한 것은 없는데 그렇다고 쉽게 지나칠 수도 없는” 그런 무게감을 풍기는 것만은 사실이다.

앞으로 연재될 몇 회의 글들을 통해 이와 같은 시카고에서 새로운 한인 이민자들이 어떻게 타인종 커뮤니티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잘 정착해서 지역 경제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새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인지 함께 고민해볼 만한 화두를 던져보고 싶다. 딱딱한 법률 칼럼 보다는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조금이라도 퍼졌을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이민이나 타주에서 시카고로의 이주를 생각하시는 분들께 시카고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