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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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회 최순봉회장

최순봉(상록회 회장)

살아있는 사람이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큼 중병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중병에 걸리지 않고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사람을 간혹 만날 때가 있어 그 때는 내가 아플 때가 있다. 주로 이런 정세에 빠진 사람은 대개가 취한사람이다. 가볍게는 술에 취한사람, 무겁게는 마약에 취한 사람, 더 무겁게는 너무 취해 미친 사람이다. 그 다음은 아프긴 아픈데 그 무엇에 빠져있어 아픔을 상쇠 시킨다. 육신이 아플 때는 진통제나 마취제에 빠져 아픔을 못 느낄 수가 있겠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어찌해야 될까! 과욕으로부터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미치지 않으면 비워야하는 양단의 길 외에 아픔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에는 허욕의 병을 앓고, 욕망에 지배당하면 인성을 잃게 되어 이웃을 아프게 한다. 우리 동포사회에서도 이러한 사람들이 참 많다. 내가 상록회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키는 철칙이 있는데 이는 한 단체가 내 개인의 일상과는 상관이 없이 단체로서 품격이 유지되고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리 동포사회의 전직 한인회장님들, 전직 이사장님 쯤 관록을 갖으시고 책임 있는 사역을 감당했든 분이 전직만 팔아 인신 관리용으로 과거를 활용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지도자들이다. 그분들은 동포사회의 노인 단체인 상록 회를 예의 주시하고 관심을 가져야 과거 동포사회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한 한인사회 지도자로서 명분을 유지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인 회장이 되겠다고 선출 받은 사람은 선출받기 위해 제시한 모든 공약들은 살아가면서 이루어야 할 사명임도 분명하다. 전직 한인사회 지도자들은 현직 일선 지도자들을 향한 잔소리꾼이 되려면 자신의 사명부터 먼저 감당하고 전통과 사업을 승계하여 지속성이 단절되지 않도록 협조가 우선되어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소한 한인회 전직회장이나 그에 준한 과거의 지도자들에게 개인적인 사석에서 상록회에 관해 협조를 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들이 오히려 나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할 사명이 있다는 판단이고, 누구에게나 스스로의 선행에 누를 끼치기 싫어서다. 우리 속담에 “업 절 시켜 절 받기”란 말이 있는데 억지로 절을 시켜 받는 절이 무슨 의미가 대단할까 싶기도 하다. 절이란 대상을 존중한다는 예절인데 강제로 절을 시켜서야 존중하는 마음이나 내면의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쯤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판단도 타성에서 기인되었으니 좋은 습관은 아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필자 역시 감상적이거나 즉흥적이라 속단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이나 파괴적인 행위에 빠지기가 쉽고, 자포자기에 빠지기도 잘한다. 물론 끈기가 부족하다는 질책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궁하다. 이런 필자보다 감투욕에 빠진 동포사회의 지도자들은 몇 수 더 위다. 그들에게 명분은 오직 감투욕이다.
닭을 불러 모으려면 모이 한 움큼만 뿌려주면 닭이 모여들 듯 감투욕에 빠진 사람은 감투만 씌워주면 모여들고 감투에 버금가는 재원도 지원해준다. 한국의 오랜 전통의 패습으로 이런 경우를 매관매직이라 했다. 그리고 경멸했고 한다. 그런데 자신에게 동일한 기회가 돌아오면 옆 돌아보지 않고 취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살아 온 지난 40여 년 동안 너무도 자극적이고 당혹스럽고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사건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LA폭동이나 버지니아 텍, 에반스톤의 세탁소 여주인 피살사건과 그 유족들의 몰락, 자식을 잃고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Northbrook 가정집에서 피살(被殺)체가 발견 된 사건이나 볼티모어 기도원 화재로 인한 사망사건과 근래에 있었던 약탈사건은, 우리들의 삶을 다시 점검할 명분이 되어 서로 단합하여 이세양육의 나침판이 되기에 충분한데도 활용이 되지 않고 사장되고 있다. 각 도시마다 동포사회는 감투싸움으로 법정에 들락거리기에 분주하기만 하다. 더하여 이런 사건들마저 소의 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의 인기 전략의 소재로만 활용되고 있다. 어느 복덕방 중계 인에게 직업을 물었더니 장사를 한다고 대답하기에 무슨 장사냐고 물으니 당신 눈에 보이는 모든 건물이 내가 팔고 있는 상품 전시장이라고 말하듯, 시카고 동포사회에 독점하듯 경영하는 어느 장의사가, 살아있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상품이라고 말하는 전문시대에 빠져 우리의 인성을 잃어가고 있음이 아픔이다. 그런데 요즈음 시민운동이란 말을 자주 듣는데 그 필요성도 절실하다. 양심을 잃은 전문시대는 추구하는 전문성이 인간의 가치를 침식하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은 양심적인 결집으로 약자를 보호함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고 시카고의 KAVOCE 가 주관하는 유권자 등록 캠페인이나 선거참여 캠페인은 우리가 결집하여 힘을 과시함으로 기회를 확대하여 후세에 기여하자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동포사회는 20%도 못되는 유권자 등록과 등록자의 70%에도 못 미치는 투표참여율이 더 큰 아픔이고 우리 후손들에게는 기회와 가치의 손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