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느 은퇴목사의 감사와 행복

1309

이종형 은퇴목사

하나님께서 목사를 불러 구별하여 세우신 것은 그의 백성을 돌보게 하심이다. 주께서 제자 베드로에게 내 어린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고 하셨다. 목사와 교인의 관계는 바로 목자와 양의 관계다. 목자에게 양이 없으면 목자라 할 수 없고 양에게 목자가 없으면 양은 생명을 누릴 수가 없다. 목자는 양이 있으면 할 일이 있어 감사하고 양은 목자가 있음으로 먹고 마시고 안전하게 생명을 누릴 수 있기에 행복을 느낀다. 목자는 많고 적든 양이 있고 그 양을 위하여 좋은 꼴, 맑은 물, 쉴만한 곳을 찾고 양이 길을 잃지 않고 질병 도둑 악한 짐승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밤낮 없이 최선으로 헌신한다. 힘들고 어렵고 피곤하고 실망스러울 때가 있어도 양을 돌보는 그 자체와 그 결과로 인해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목자다.

목사가 은퇴하는 것은 주께서 그를 목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가 한 일을 인정하고 휴식과 자유를 갖게 하는 것이다. 양은 주께서 다른 목자를 세워 계속 돌보기에 마음을 놓고 쉬라고 하심이다. 양은 한 목자를 바라보고 그의 음성을 따르게 되기에 그와 익숙한 은퇴목자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 양에게 안정이요 평안이라는 것이다. 그간 쉬지 않고 하던 일에서 떠나 이제 주의 마음을 알고 쉬는 여유를 갖는 것, 그동안 하고 싶으나 하지 못한 일 곧 가족과의 시간, 자기 발전을 위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개발하는 것은 기쁨과 감사요 행복이다.

은퇴목사도 때로 일에 부름 받는다. 목자가 공석인 교회, 선교지 사역,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일들에 부름받아 응하고 일이 끝나면 제 자리로 돌아온다. 은퇴목사는 자동차의 스페어 타이어와 같다. 스페어는 보이지 않다가 원래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면 사용되지만 문제가 풀리면 다시 트렁크로 들어가 사라진다. 스페어는 원타이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스페어가 없다면 당장 자동차가 굴러갈 수 없는 그런 형편에 기억되어 사용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은퇴목사도 사람이라 만남과 공동체가 필요하다. 친구들을 만나고 교제하는 것만 아니라 자신의 신앙과 하나님 관계의 지속과 발전을 위하여 예배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친구들을 만난다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요 삶을 나누며 내가 체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 감사함이요 또한 여러가지 초청이나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예배공동체의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한 목사가 어느 교회에 나타나면 교인이나 목사에게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교회 저 교회로 순방하며 예배하여도 공동체는 되지 못한다. 미국 교회를 정하고 참여하여도 예배의 은혜와 교회와의 관계에는 한계가 있음을 본다. 그러던 중 어느 교회의 설교 초청을 받았는데 담임목사가 그 교회에서 함께 예배하자고 제안한다. 그가 다시 초청하고는 내가 그 교회에서 예배하도록 6개월간 기도하였다 하고 장로들과 교인들이 또한 기꺼이 환영한다. 잊혀진 존재를 인정하고 환대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목사를 넘어 교인으로서 예배자가 되어 함께 하니 주일이 기다려지고 예배에 은혜와 감격이 있으니 이 감사계절에 나와 아내는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