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느 재계약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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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권 목사(크로스포인트교회 담임)

누가복음의 난해 구절 중 하나인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는 제자들에게 천국을 가르치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부자가 매니저를 고용하고 전 재산을 그의 손에 맡겼는데 그가 주인의 재산을, 고의인지 무의식적인 실수 인지 알 수 없으나, 낭비한다는 루머가 주변 사람들에게 돌자 주인은 그를 불러 자초지종을 듣거나 확인절차도 없이 파면시키고 말았습니다. 

변명한마디 못하고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 매니저, 앞이 캄캄하고 살길이 막막한 그는 가능한 모든 옵션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살아갈 방법을 궁리해 봅니다.  땅을 파기에는 기운이 없고, 얻어먹자니 부끄럽고, too weak to dig; too proud to beg ……. 골몰하던 그는 주인에게 빚을 진 채무자들을 모두 불러 주인에게 진 빚을 탕감해주고 자신의 훗날을 부탁하려는 계략을 세웁니다.  뜻하지 않은 연락을 받고 먼저 도착한 두 사람에게, 해고 절차가 끝나면 자신의 일자리를 부탁하며, 주인에게 진 부채의 50%와 20%를 각각 탕감하는 재계약서를 작성하고 주인의 이름으로 사인을 했습니다. 기름 백말을 오십 말로, 밀 백석을 팔십 석으로 변경하고 사인을 받고 나온 채무자들, 매니저와 주인 사이의 일어난 일을 모르는 그들은 전에 없던 갑작스러운 선심에 주인을 다시 생각하며 주인에 대한 감사가 넘치기 시작합니다.

정해진 날짜에 꼬박 꼬박 돈을 받아가고 행여 날짜를 어길 경우 독촉장에 collection 에이전트는 물론 재판에 넘긴다며 난리법석을 떨던 그가 이렇게 너그럽고 좋은 사람이 되다니! 평생 잊지 못할 고마움을 입은 채무자들은 부자를 칭찬하기 시작했고 이 소문은 돌고 또 돌아 다시 주인의 귀에까지 들렸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작성된 재계약서가 해고된 매니저의 부정한 짓이 분명하다 판단하고 이를 당장 무효화 시켜 기름과 밀을 원래 계약대로 거둬들이고, 속임수를 쓴 그를 서류위조와 사기죄로 고발하여 재판을 받게 할 수도 있었지만, 부자는 그를 용서하고 오히려 칭찬까지 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비유를 말씀하면서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를 너희를 인도하리라.”는 교훈을 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왜 이 사기꾼 매니저를 칭찬 하셨을까요?  당연히 재판을 받아 감옥에라도 보내야 하는 그를 칭찬 한 이유는 그의 행동이 아닌 그의 동기에 있었을 것입니다. 먼저, 이 사기꾼 매니저는 내일이 아닌 먼 장래를 위해 투자했습니다. 파면 된 후 주인의 돈이나 재물을 흠처 도망가 당장 잘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더 위험한 옵션, 빚 진자들을 불러 주인의 이름으로 재계약을 하며 자신의 장래를 부탁했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기꾼 매니저는 일시적인 보다 영원한 삶을 택했습니다. 주인의 풍부한 물질을 이용해 후에 친구가 되어 자신을 돌 봐 줄 친구를 택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진 부자 중의 부자, 하나님의 매니저들입니다.  우리의 건강, 아름다운 얼굴, 몸매, 시간, 재물, 재능, 성공, 인기, 언변, 사업수완…. 등은 일시적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보배로운 그의 재산입니다.  주인을 위하여 관리해야 하는 재산을 낭비하지 말고 내일 보다는 영원을, 물질보다는 사람을, 그리고 육체 보다는 영혼을 위해서 투자하는 지혜로운 매니저가 되어 우리의 영원하신 친구, 예수 그리스도, 그를 만나고 그를 전하는데 사용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