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음악으로 하나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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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희(인디애나 음대 반주과 객원교수)

지난 3월 16일 한인 여성 4명 등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고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계가 많은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는데, 아시아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인종들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같이 연주하는데 익숙하다. 음악 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서 아시아계 특히 한국인의 비율이 높다. 서양 음악을 공부하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이나 중국 유학생들이 현지 학생들만큼 많은 편이다. 코로나로 인해 함께 어울려 연주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가, 백신 접종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챔버 뮤직, 오케스트라, 합창 등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수업들이 조심스럽게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함께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음악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으면서, 이번 참사로 인해 다시 우리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음악은 인종, 성별, 연령 등의 차별 없는 우리 모두의 언어이다.

작년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게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널리 확산되었을 때, 여러 인종의 학생들이 온라인상으로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각종 SNS에 올려 놓았었다.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에도 여러 인종의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함께 연주하고 노래함으로써 음악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따뜻한 동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춰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오고 가고, 이와 관련된 주제로 미팅도 열렸다. 많은 음악 대학들이 최근 들어 흑인 작곡가들이나 아시아계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정해서 연주하는 특별한 렉처나 음악회를 자주 선보이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인종에 차별없이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다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아시아계나 여성이 소외되고 무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20-30여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의 오케스트라에서 아시아계, 더구나 여성은 보기가 쉽지 않았으며, 특히 지휘자는 백인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한국인 여성 지휘자 김은선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최초 여성 음악감독으로 임명되는 등 금녀의 벽이라고 불리는 지휘 분야에서도 동양 여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점점 인종과 성별의 차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김은선 음악감독이 다음 세대에는 여성 지휘자가 아닌 한 사람의 지휘자로 불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처럼 성별에 관계없이 실력과 열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현재 미국의 주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보면 아시아계가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고, 그 중 뉴욕 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수석은 아시아계다. 오페라도 마찬가지로 백인 중심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동양인이나 흑인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요즘에도 아직까지 인종 차별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슬프고 안타깝다. 음악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평등한 언어이자 소통의 하모니이며, 이런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음악 안에서 모두가 건강하고, 모두가 차별 받지 않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