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잔디밭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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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1975년 봄 아내와 세 아이를 초청하여 학교 아파트에 입주하고 가족이 감격스런 새로운 미국의 삶을 시작하였다. 캠퍼스의 잔디밭이 시원하게 넓게 펼쳐 있고 그 위에 민들레가 아름다운 노랑 꽃을 마음껏 피우고 있으니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걷기도 하고 잔디 방석에 앉아 즐기기도 한다. 민들레는 뿌리가 깊이 내리고 옆으로 잘 번져가 쉽게 밭을 이룬다. 척박한 땅에서도 무성하게 자라 꽃을 피우고 꽃은 곧 바람개비 씨가 되어 멀리 멀리 날아간다. 민들레는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하기에 모임이나 교회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잔디는 당시 한국에선 묘지에나 심는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여기서는 공공 건물, 학교, 교회 주변이나 공원, 운동장, 골프장, 주택가 등에 밭으로 되어 있어 풍성한 아름다움과 안정, 안식을 주는 조경이다. 차를 타고 골프장 옆으로 지나가면 아내는 싱그런 잔디로 덮여 있는 골프장을 걸어 보는 것이 소원이라 했다. 후에 골프장 인접한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이른 아침 늦은 저녁 골퍼가 없을 때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누렸다. 잔디 밭이 저절로 되지 않은다. 조성과 관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물과 비료를 주어 자라나면 깎고 아름답게 가꾼다. 여기 민들레가 불청객 잡초로 들어오고 조금만 방심하면 잔디밭을 민들레 밭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뻗어가기에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민들레를 하나 하나 뽑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또한 잔디를 손상시킨다. 잔디를 살리면서 민들레를 죽이고자 비료를 사용한다. 한 가지 비료가 잔디에게는 생명의 양식이 되고 민들레에게는 죽음의 독이 된다. 그 비료를 주면 잔디는 싱싱하게 잘 자라지만 민들레는 시들 시들 힘을 쓰지 못하고 말라 죽는다. 민들레는 제거되고 잔디는 건강하게 자란다. 한 가지 비료의 놀라운 두 가지 효과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아름답게 지음 받은 우리 인간에게 잡초같은 악한 세력이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뻗어간다. 거짓과 욕심, 분노와 미움, 교만과 이기심이 마음을 덮고 밭을 이루니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잡초만 보인다. 도를 닦는 선인이나 신앙이 깊은 종교인이라도 예외가 되지 않아 고민과 한탄에 빠진다. 예수 믿고 충실하게 교회 생활을 하여도 여전히 옛 모습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며 좌절한다. 잡초 세력을 이기고 나를 이기며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며 살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잔디의 비료같은 하나님 말씀이 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생명 양식이다. 양식은 먹어야 생명력이 나타난다. 이 양식을 받으면 우리 심령은 살아나지만 잡초는 힘을 잃고 떠나게 된다. 예수님이라도 시험 받을 때가 있었다. 악한 세력 마귀가 접근하여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교만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기 힘이나 능으로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였더니 마귀는 떠나 도망을 하였다. 예수님 속에 하나님 말씀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는 뻗어가지만 악한 마귀는 자리 잡을 수가 없었다. 오늘 우리는 더욱 더 그러하다. 날마다 하나님 말씀 생명 양식을 받아 마음에 간직하면 창조의 아름다운 형상을 나타내고 악한 잡초는 살아 활동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잡초를 제거하고 건강하고 풍성한 생명을 누리는 길은 하나님이 주신 비료를 사용하는가 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