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잔치상에 남겨진 빵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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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한마음재림교회/시카고)

 

미국 워싱턴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 한 점을 소개합니다. 그림의 제목은 “잔치상에 남겨진 빵 조각”, 빌럼 클라스 헤다(Willem Claesz Heda)라는 작가의 작품으로 캠퍼스 유채 정물화 입니다. 그냥 평범한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이 그림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매우 발달했던 바니타스(Vanitas)라는 양식의 그림입니다. 신앙의 내용을 다루는 성미술의 소재는 오랜 세월 동안 성서적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나 점점 선택의 폭이 넓어 지면서 꼭 성경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여러 사건들이나 사물을 통해 신앙의 내용을 표현하였습니다. 성서에 기록된 교훈적인 말씀들을 정물화적인 기법을 사용하여 나타낸 양식입니다.

이 작품 속에는 연회가 마쳐진 한 식탁이 있습니다. 식탁은 부유한 사람이 준비한 연회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고급스러운 물건들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주석 주전자와 그릇들 그리고 술잔들은 모양만 보더라도 희귀한 고급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왼쪽 끝에 있는 촛대가 이 식탁 주인의 미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급 촛대에 불 꺼진 초가 있는데 촛물이 아래로 떨어진 상태에서 불이 꺼져 있는 모습입니다. 그 옆엔 촛불을 끄는 도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아 연회가 끝난 즉시 촛불을 끈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종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성대한 연회가 끝나면 촛불이 꺼지 듯 이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언젠가 이 세상 무대에서 사라져야 할 때가 있음을 잊지 말라는 암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먹다 남은 귀한 음식들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왼쪽에 정갈스러운 솜씨로 껍질을 벗긴 레몬이 있는데 이것은 올리브와 함께 지중해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라 당시 북유럽인 네덜란드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연회를 준비한 주인의 재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싱싱한 굴이 남겨져 있고 갓 구운 듯 먹음직하게 보이는 파이나 빵은 더 없이 값비싼 것이긴 하나 연회가 끝난 후에는 모두 쓰레기통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것 역시 아무리 부유하고 고귀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라도 식탁에 남겨진 음식처럼 언젠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야 할 때가 있음을 작가는 전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처럼 작가는 장식용 정물화에 인생의 깊은 지혜를 알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 작가의 의도처럼 우리의 인생은 잔치 상에 남겨진 빵 조각이 분명합니다. 나이가 들어 갈 수록 말라 비틀어지고 딱딱하게 굳어진 빵 조각처럼 얼굴에 주름은 늘어나고 마음은 딱딱하게 굳어져 갑니다. 화려했던 인생의 식탁에서 사라져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입니다. 남겨진 빵 조각은 분명 쓸모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오천명을 먹이신 예수님께서는 남겨진 빵 조각을 귀하게 사용하십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하시므로 이에 거두니 보리떡 다섯 개로 먹고 남은 조각이 열두 바구니에 찼더라” (요 6:12-13) 오병이어의 사건은 백성들의 배고픔을 채우신 기적의 이야기입니다. 배고픈 백성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빵이었습니다. 원래 보리떡은 가난한 자들의 음식으로 그리 좋은 먹거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굶었던 배고픔은 보리떡을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배고픔이 채워진 후 보리떡은 남겨지게 됩니다. 배고픔이 채워진 사람들에게 남겨진 빵은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겨진 음식의 운명은 무엇인가? 쓰레기통에 버리워 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남은 조각을 거두어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명령이었습니다. 다시 바구니에 담겨진 남겨진 빵 조각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빵 조각들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손에 들려져 온 동네에 퍼져 나갔습니다. 오병이어 기적의 산 증거물이 되어 그리스도를 알리는 귀한 복음의 도구가 되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 말씀하십니다. 남겨진 빵 조각같은 너의 남은 인생, 곧 사그러들고 말라버릴 인생 그냥 버리지 말아라. 다시 거두어라. 그리고 이 바구니에 담아라. 그 바구니에 담긴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바구니에 보리떡 다섯 개가 들려 나갔을 때 5천명을 먹였던 능력이 담겨졌던 곳입니다. 우리의 남은 인생 주님께서 다시 쓰시겠다 말씀하십니다. 오늘 주님의 바구니에 우리의 남겨진 인생을 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