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잘 어우러진 꽃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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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에베소서 3장 10절 말씀은 해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하늘의 정사와 권세에게 알게 하신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 말씀을 풀기 위해선 몇 가지 표현에 대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하나님의 각종 지혜란 그리스도의 비밀을 뜻합니다. 그리스도의 비밀이란,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은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구분 없이 함께 하나님의 상속자가 되고 함께 교회라는 한 몸의 지체가 되고 함께 약속을 누리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바울은 “각종”이라는 특별한 형용사를 사용해서 하나님의 지혜를 더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바울이 사용한 “각종”이라는 단어는 시적인 표현입니다. 이 단어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처럼 아름답다, 오색찬란해서 황홀하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출신의 성도들을 은혜와 믿음으로 구원하셔서 한 식구로 만들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지혜가 이처럼 찬란하고 아름답다고 바울은 찬양하고 있는 겁니다.

다음으로 교회가 하나님의 지혜를 드러내 알게 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의 뜻을 풀어야 합니다. 바울은 교회가 이런 하나님의 지혜를 그대로 실현해내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선포하는 겁니다. 형태와 색깔이 다른 꽃들이 어우러져 있는 들판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처럼, 교회도 다양한 외모와 배경과 인격과 은사를 가진 성도들이 예수님 안에서 하모니를 이루어 찬란하게 빛나는 성전으로 세워져 가야하는 겁니다. 바울은 자신의 편지 곳곳에서 이런 교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선 믿음의 성도들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선포합니다. 에베소서 2장 20-22절 말씀에선, 교회란 믿음의 성도들이 예수님과 성령님 안에서, 다양한 모습 그대로 함께 빈틈없이 연결되어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성전이 되어가는 연합 공동체라고 증거합니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교회가 하나님의 비밀을 알려야 할 대상이 하늘의 정세와 권세라고 합니다. 하늘의 정세와 권세가 뭘 말하는 걸까요? 에베소서 6장에 똑같은 단어가 등장합니다. 우리 성도들이 감당해야 할 영적 씨름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바로 정사와 권세라고 말합니다. 교회와 성도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세워지는 걸 방해하는 악한 영의 세력을 말합니다. 이들 세력이 원하는 것이 분열과 파괴인데, 이 악한 세력들에게 이 땅의 모든 교회는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 대로 연합을 이루어가는 사랑의 공동체다.”라고 담대히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악한 영의 세력들이 전혀 틈타지 못하는 연합의 교회로 세워가야 하는 겁니다.

갈라디아서 2장에서 바울은 베드로를 꾸짖습니다. 안디옥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안디옥 교회는 몇 유대인들이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한 결과 시작된 교회입니다. 그후 바울과 바나바가 교회를 하나님의 지혜 대로 잘 세워갔습니다. 어느 날 교회를 방문한 베드로도 이 아름다운 분위기 속에서 이방인 성도들과 자연스레 식사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성도들이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베드로가 피하듯이 자리에서 급히 일어난 겁니다. 이 모습을 본 바울이,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지혜가 망가지는 장면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베드로를 꾸짖었던 겁니다. 또한 고린도 교회에 보낸 첫 편지에서, 바울은 수많은 문제 중 교회가 분열된 모습을 가장 먼저 다룹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각종 지혜가 이뤄지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이처럼 헌신한 겁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실현해야 합니다. 모든 성도들이 한 송이 꽃처럼 존중되고 사랑받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 형형색색의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오색찬란한 빛으로 빛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바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