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산(estate)이냐 유산(inheritance)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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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 한마음 재림교회)

 

“내일 죽을 것 처럼 오늘을 살아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산상속법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선씨가 쓴 책의 제목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의뢰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곁들여 “나는 무엇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가?” 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상속에 대하여 상담하는 수 많은 의뢰인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이 평생의 시간을 들여 모은 재산을 미망인이나, 자녀 혹은 어떤 후원하는 단체에게 상속시키는 문제보다 내 삶의 의미를 어떻게 내 후세에게 전수하여 줄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정여사라는 분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남편을 잃고 홀로된 이 여인은 재산을 세 딸에게 나누어 주기 위한 상속 계획을 세우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 옵니다. 그런데 그녀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남편이 결혼 할 때 끼워준 깨알만 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딸 셋 중에 누구에게 주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반지는 이국 멀리 미국땅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어렵게 모으고 모은 돈으로 준비한 남편의 결혼 선물이었습니다. 그 반지에는 그녀의 이민생활, 남편과 함께 고생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그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재산의 가치로 하면 정말 몇 푼 안되는 것이었지만 그 반지 속에는 재산의 가치 그 이상의 인생의 유산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적으로도 ‘유산’(inheritance)이라는 말은 ‘상속재산’(estate)과 구분된다고 합니다. “‘상속재산’은 건네줄 수 있는 물건을 가리키는 명칭이지만 ‘유산’은 주는 사람이 지닌 추억, 철학과 인생이 하나로 승화된 무형의 자산이다.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은 대신 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남기는 유산에는 우리의 지문이, 영혼의 숨소리가 스며있다. 그래서 상속은 단순히 물건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나의 인생을 전달하는 과정이다.”(내일 죽을 것 처럼 오늘을 살아라 중에서)

구약성경에도 상속의 개념이 있는데 ‘기업’(나할라)이라는 것입니다. 재산, 소유, 상속의 뜻으로 쓰였으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지파에게 분배하신 약속의 땅, 곧 토지와 같은 개념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하여 그들에게 이르라 너희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때에 그 땅은 너희의 기업이 되리니 곧 가나안 사방 지경이라.”(민수기 34:2) 이스라엘 백성에게 기업이란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선물이고(신 12:10)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것(레 25:23)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청지기로서 기업을 잘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레 25:23-34) 그래서 하나님이 주셨으며 조상에게 물려받은 기업을 팔거나 옮기는 것은 죄로 여겨졌습니다.(왕상 21:3) 땅은 그 지파에게 주신 하나님의 기업임으로 그 땅이 다른 지파로 넘어가지 않도록 혹, 파산하여 땅을 다 빼앗기고 잃어 버려도 희년이 되면 모두 원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여 그 기업, 곧 유산이 다시 회복되도록 하셨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나타나는 기업에 대한 독특한 사상이 있는데 그것은 기업, 곧 땅이 물려질 때 단순히 땅이 아니라 그 땅 이상의 의미 곧 하나님 자신이 기업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물려 받았고 또 무엇을 물려 주어야 합니까? 유산입니까? 아니면 재산입니까? 유산 은 인생의 의미, 삶의 철학, 내 삶의 경험이 녹아져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유산이고 그것이 진정 내 후손에게 남겨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남겨야 하는 것은 무슨 유산입니까? 그것은 신앙의 유산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경험한 하나님, 내 삶 속에 역사하셨던 하나님, 내 삶의 의미요 내 삶을 지금까지 인도하셨던 하나님 그 신앙의 유산을 우리는 남겨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십니다”라는 고백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