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저주 받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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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이튿날 저희가 베다니에서 나왔을 때에 예수께서 시장하신지라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 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예수께서 나무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먹지 못하리라 하시니”(막 11:12-14) 이 사건은 예수님의 마지막 수난 주간 월요일 아침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베다니에서 나와서 길을 가시던 예수님께서는 시장끼를 해결하시기 위해 한 무화과 나무 앞으로 가셨습니다. 그러나 그 나무는 잎사귀만 무성할 뿐 열매는 없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나무를 향하여 아주 무서운 저주를 발하시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매우 모순되게 보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에는 분명히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라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때는 유월절 기간이었으므로 지금 현대의 달력으로 4월 중순 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때도 되지 않은 열매를 기대하셨고 또 열매가 없자 그 나무를 저주하사 말라버리게 하신 것이었습니다. 이 나무는 매우 억울한 대우를 받은 것입니다.

이 사건의 모순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화과의 수확에 대하여 알아야 합니다. 무화과는 일년에 두 번 수확을 하는데 첫 번째 수확은 5월과 6월에 수확하는 겨울 무화과 그리고 8월말과 9월에 수확하는 여름 무화과입니다. 그래서 4월 중순쯤에는 아직 푸르고 덜 익은 무화과가 달립니다. 이것을 “팍가”(pagga)라고 해서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이것을 따먹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본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무화과의 특성은 5-6월에 수확하는 겨울 무화과는 잎사귀보다 그 열매가 먼저 달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보셨던  무화과 나무는 그 무성한 잎사귀가 ‘나는 열매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신호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아직 열매의 때는 되지 않았지만 유난히도 남보다 앞서서 잎사귀를 피웠던 그 나무를 보시고 열매를 얻고자 가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나무는 잎사귀만 무성할 뿐 열매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사건 속에 잎사귀만 무성했던 무화과 나무는 경건의 모양만 있고 그 능력은 없는 신앙의 기만자들 곧 유대인들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유대민족은 그 민족의 시작부터 하나님으로부터 선택을 받았고 특별한 총애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모든 백성들보다 의로움을 주장하며 택하심 받은 선민으로서 살아 왔지만 세상을 사랑하고 물질을 탐냄으로써 부패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위선으로 충만한 모습은 거만한 가지들을 높이 뻗고 외모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나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었던 그 무화과 나무와 같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무화과 나무의 저주 사건은 신앙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적으로는 아무런 성령의 열매를 맺지 못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경고의 기별인 것입니다.

저의 강원도 고향집에는 대추나무가 있었습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대추를 몇 광주리씩 따서 이웃집에 나눠 줄 수 있을 만큼 큰 나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가을이 되어가는데 대추나무에 대추가 열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갈색빛으로 영글어 가는 예쁜 대추알들이 나무의 가녀린 가지 가지 마다 대롱대롱 달렸었는데 그 해에는 대추가 하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저의 어머니와 이웃집 아주머니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니 왜 올해는 대추가 열리지 않어?” “글쎄 대추나무가 미쳤나봐” 저는 생각했습니다. ‘대추나무가 미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사실 그 나무는 ‘대추나무도깨비집병’이라는 병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 병이 걸리면 가지 가지마다 잎사귀만 무성하게 피면서 마치 미친 여인이 머리를 빗지 않은 것 처럼 되고 열매는 달리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은 그런 나무를 보면서 미친 나무라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어린 나이였던 저는 나무가 미쳤다고 하시는 어른들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얼마 후 그 대추나무는 아버지의 도끼에 의해 잘려져서 할아버지 방 아궁이 불 속에 들어갔다는 것 입니다.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리라” (마 3:10)

이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입니다. 이제 곧 예수님께서 추수하기 위하여 오실 것입니다. 이번 가을은 우리 주님께 실망을 드리는 가을이 아니라 그분의 시장함을 넉넉히 채울 수 있는 아름다운 성령의 열매들이 가득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