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저항할 수 없는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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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하나님께선 창세 전에 이미 택해두신 자들에게 저항할 수 없는 은혜irresistible grace를 부으셔서 구원해주십니다.

혜경이라는 승려는 불교 단체의 내분에 휩쓸려 김해교도소에 수감됩니다. 독방에서 그는 불경책을 빌려 읽고 참선하는 것으로 소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출을 신청한 불경 대신 신약 성경이 덜렁 배달되었습니다. 교도관을 불러 불평했지만 돌아온 대답이 엉뚱했습니다. “불경은 다 대출돼 버리고 심심하실 것 같아 성경을 가져왔으니 한번 읽어 보십시오.” 그 어려운 불경을 5권이나 신청했는데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재차 따져물었더니 또 엉뚱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스님! 수억의 인구가 믿고 있는 기독교 안에도 분명한 진리가 있으니 성경 안에서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스님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휑하니 가버리는 겁니다. 참 얄밉고 괘씸하다는 생각, 기독교인들이 참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승려에게까지 전도하려고 하는 그 마음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성경을 읽긴 뭣해서 바라만 보다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복음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영혼의 눈이 열리는 걸 체험했습니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인 성의 과부에게 죽은 아들을 살려서 돌려주시는 장면을 읽는 중, 불경의 이야기와 대비 되면서 성경이 생명의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자들과 길을 지나가던 석가모니는 독자를 잃고 애통해하는 과부를 만납니다. 석가모니가 위로하고 달래보지만, 과부는 “부처님이시여, 내 독자를 살려주세요.” 하며 애원을 합니다. 이에 할 수 없어서 석가모니는 “자매여 일어나 마을에 가서 한 번도 사람이 죽은 일이 없는 집을 찾아보거라. 그 집에서 쌀을 한줌씩 얻어다가 죽을 끓여서 먹이면 너의 아들이 살아날 것이다.” 라고 말해줍니다. 젊은 과부는 기뻐서 마을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해가 저물 때쯤 과부는 힘없이 석가모니에게 돌아와 “하루종일 마을을 다녔지만 한톨의 쌀도 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때 석가모니는 이런 교훈을 줍니다. “자매여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사람이 나면 반드시 죽는 것, 인연 따라 일어나서 인연 따라 없어지는 것 너무 슬퍼할 것이 없느니라.”

예수님의 이야기와 이 불경의 이야기를 비교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죽음을 이기지 못한 석가모니의 말과 행동은 아들을 잃은 과부에게 전혀 위로가 되질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 겁니다. 사망을 이긴 부활의 진리를 발견한 승려는 깊은 고민 끝에 몇년 후 승려직을 내려놓고 기독교인이 됩니다. 그후 총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됩니다. 김성화 목사님의 회심 이야기 입니다. 한 교도관을 도구 삼아 부어주신 하나님의 저항할 수 없는 은혜는 생명없는 종교에 아스팔트처럼 단단하게 갇혀있던 한 승려를 구원의 길로 인도해낸 겁니다. 구원을 위해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저항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충동적으로 아무 계획없이 구원하신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하는 겁니다. 창조 전에 택해두셨고, 때가 되었을 때 절대 저항할 수 없는 엄청난 은혜로 우리를 구원해주셨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 저항할 수 없는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평생 감사하며 믿음의 길을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구원하실 때, 이야기 속 교도관처럼, “주님, 제가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길 원합니다.” 하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날’ 도구삼아 부어주신 하나님의 저항할 수 없는 은혜 때문에 딱딱한 죄의 껍질을 벗고 구원의 길에 서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는 영혼을 바라보고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올려드리는 삶이 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