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유년에 기대하는 네트워크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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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목사, 시카고 기쁨의 교회)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라고 한다. 닭은 여명(黎明)과 축귀(逐鬼)를 상징하여, 밤으로부터 새벽을 끌어오며 밤을 지배하는 악귀로부터 선(善)의 상징인 빛을 오게 하는 동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로 한국의 역사 기록에 보면, 무덤 속에 달걀 껍데기와 닭 뼈가 발견되는 것이 망자가 흙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고, 다시 부활하거나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태극과 음양 사상을 가지고 있는 우리 문화와 정서의 입장에서는 닭은 음과 양을 연결하고, 죽음과 삶을 연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유년은 관계와 연결에 중요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작금의 한국 사회는 새벽을 깨우는 닭의 울음 소리가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시대가 되었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소추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한국땅은 어느 때보다 빛을 기다리고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시대로의 연결되는 경계 속에서 2017년 정유년은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미국도 그렇다. 이제 곧 오마바 대통령은 물러난다. 트럼프 정권의 시대가 열린다. 기대와 우려가 함께 시작된다. 하지만 끝과 시작의 사이에서 한국 사람들의 정서 속에 담겨 있는 연결과 관계의 상징인 닭의 해는 좀 더 긍정적인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거시적인 시대와 역사 속에서 연결과 관계의 긍정이 가져다 줄 것 같은 ‘닭의 해’는 가정에까지는 이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2017년 1월 3일자 한국일보 기사<A10면> 중, “한인가정 마약, 도박 중독 심각하다”에서 가정문제 연구소에서 발표한 2016년 상담통계를 보면, 일반적인 상담 내용인 “노인 복지혜택 상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문제가 가족 안에서 관계 단절과 붕괴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들이었다. “마약, 알코올 및 도박중독” “가족과의 불화” “정신 질환” “배우자 외도” 및 “이혼” 등은 연결이 깨어지고, 관계가 망가진 가족 안에서 드러난 문제들이었다.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거대한 담론 가운데 사회 구성원들의 네트워크와 관계성을 말한다. 그러나 그 사회의 벽돌과 같은 가정은 깨어지고 무너지고 있다. 연결과 관계는커녕 붕괴와 갈라짐을 경험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상징인 SNS는 가정 구성원들이 모두 가지고 있지만, 도리어 가정의 연결과 관계의 고리가 약해지고 끊어지고 있다.

성경도 닭을 큰 그림에서의 회개와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마가복음 14장에서 베드로가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예수님을 부인할 것이라는 예언처럼, 닭은 영적인 회개와 변화의 자극점처럼 이야기된다.

여기까지는 닭이 정유년에 한국과 미국의 변화무쌍한 시대에 필요한 상징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간 사회 곳곳에 관계의 무너짐을 경험하는 가정과 같은 공동체에 대해서 성경은 다음과 같이 증거한다. “암닭이 제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같이 내가 너희의 자녀를 모으려 한일이 몇 번이냐”(눅 13:34). 이 구절은 닭이 단순히 잘못과 부정을 처단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 뿐만 아니라, 깨어지고 갈라진 공동체와 가정을 회복하고 치유하는 상징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명한 것은 2017년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해는 연결과 관계의 상징인 닭의 해이다. 세상이 어떻게 연결될까 기대하는 만큼, 작은 공동체와 가족의 관계도 어미 닭이 새끼를 사랑으로 품는 마음처럼, 다시 회복되고 온전하게 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