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좌충우돌 채플린 이야기(25)…있을 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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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하나님의 성회 시카고교회 부목사

 

후회 없는 인생이 있을까? 사람들이 죽기 전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대한 삶이 아닌, 내 자신에게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라고 한다. 인간생태학을 연구하는 칼 필레머 코넬대 교수가 2004년부터 ‘인류 유산 프로젝트’로 65세 이상, 총 1,500명 이상 노인을 인터뷰하며 삶에 대한 조언과 지혜를 수집하는 연구였다. 그의 질문 중 “당신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하는 점은 무엇인가?”에 가장 많은 답변은 “너무 걱정하며 살지 말 걸 그랬다.”라고 한다. 일어나지 않을 상황, 일어난다고 해도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고민은 귀중한 자원인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보람 있게 살지는 선택할 수 있다. ‘나에게(to me)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보다 ‘내 안에(in me)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가 더 중요한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좋은 환경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라고 휴 다운스(Huge Downs)는 말한다.

호스피스 채플린은 돌보던 환자가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되면, 그 슬픔의 순간에 가족들을 위로하며 장의사에서 환자의 시신을 가져갈 때까지 함께 곁을 지켜준다. 그전까지 침착하던 유가족들은 장의사에서 가져온 비닐 팩에 시신이 담기고 시신 운반용 카트에 옮겨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통곡하기도 한다고 한다. 사랑했던, 힘에 겨워 부담스러웠던, 아니면 심지어 미워했던 가족일지라도 막상 이별을 고하는 순간이 오면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더 많이 공감해주지 못해서,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남을 것이다. 남겨진 자들이 갖는 후회와 고통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채플린으로서 깨달은 것은 “있을 때 잘하자.”라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하루하루를 줄타기 하는 것이 모든 인간의 현주소다. 인간이 ‘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에 갖게 되는 후회는 어떤 것일까? 죽음 앞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여한 없이 만족하고 행복했다’고 고백하며 편안히 세상에 작별을 고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믿음 좋다는 사람도 당장 죽어서 천국에 가는 축복보다는 삶이 자신을 속일지라도 하루라도 더 버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왜 그럴까? “사랑하는 가족들, 주변의 친구들과 나를 아는 지인들, 아직 이루지 못한 꿈들을 두고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라는 집착 때문일까? ‘긴급한 일의 횡포’로 인해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었던 자신의 어리석음과 안타까움에서 오는 미련 때문이리라.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25년간 의사로 활동하며 죽어가는 환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쓴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후회하는 내용들은 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할 걸’,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걸’, ‘좀더 겸손할 걸’, ‘친절을 베풀 걸’, ‘꿈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걸’, ‘감정에 휘둘리지 말 걸’,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걸’, ‘기억에 남을 연애를 해볼 걸’, ‘죽도록 일만 하지 말 걸’, ‘내 장례식을 생각해볼 걸’,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둘 걸’, 그외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할 걸’ 등이다. 많은 이들이 말한 후회는 결코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사소한 행동, 마음만 먹으면 아니면 조금만 용기를 내거나 내려놓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옮길 수 있는 삶의 변화와 도전들이었다.

요즘 ‘웰다잉(Well-Dying)’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행복한 삶 만큼, 행복한 죽음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죽음은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한다. 만약 내게 한 달의 시간만이 남았다면 나는 어떤 후회를 할까? 후회를 줄이도록 남들의 경험을 교훈 삼아 한가지씩 실천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