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죽은 돈과 살아있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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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원 공인재정상담가

 

5년이 조금 더 된 일입니다. 시카고 남부 상가에서 비지니스를 하시면서 상당한 재산을 모으신 분이 전화를 주셨는데 이분은 자신의 돈 상당 부분이 죽은 돈 이라는 것 이었습니다. 돈이 살아있는 동물도 아닌데 “죽었다” 또는 “살았다”라고 하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보면 이분의 돈은 죽어있는 것이 맞았습니다.  미 정부의 감시와 제도가 허술할 때 많은 자영업자들은 현금 매상을 세금 보고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이 결과로 각자 보관하는 현금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사건 이후 Patriot Act와 같이 돈의 흐름과 주인을 감시하는 제도가 강화되면서 자신의 현금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 상당히 위축 되었습니다. 실제로 투자회사 또는 은행과 같은 금융업 종사자는 매년 의무적으로 돈세탁 방지 (Anti Money Laundry) 교육을 꼭 받아야 합니다. 이 교육을 통해 수상한 돈의 흐름이 포착되면 금액과 상관없이 해당 기관에 신고를 하여야 함을 교육받습니다. 이에 더하여 모든 투자회사는 고객과 현금거래를 할 수 없는 내규를 정해놓고 현금으로 가져오는 고객의 돈은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인 자영업자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지금도 하시는데 이런 고민을 갖게된  가장 큰 이유는 당장의 소득세 (Income Tax)를 줄여 보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장 세금보고를 할때 2-3만불 소득을 더 신고하게 되면 세금을 수천불이상 추가로 내게 됩니다. 이 수천불을 아끼기 위해서는 현금으로 들어온 소득을 매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매상에 잡히지 않은  돈은 그 즉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돈이 됩니다. 은행에 입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금으로 보관하면서 소비를 할 수 밖에 없는 돈이 되거나 금고등에 쌓여있으면서 이자 수익은 커녕 해마다 발생하는 Inflation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점점 줄게 됩니다.

반면 성실하게 세금보고를 하시는 분들은 당장은 손해를 보는것 같지만 세금을 내고 남을 돈을 잘 투자하고 증식시켜서 결국에는 세금을 덜냈던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되고 합법적인 돈 임으로 사용처에 제한을 받지않는 자유함도 누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영업을 하는 A라는 사람이 3만 달러의 소득을 더 신고하게 되면 대략 6-7천불 정도의 추가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2만4천불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돈 임으로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종자돈이 됩니다. 이 A라는 사람이 3만불에서 6천불 세금을 내고 남은 2만4천불을 뮤추얼펀드등에 투자를 하고 평균 약 6%의 수익률을 올리게 되면 다음과 같이 자라나게 됩니다.

 

1년후     25,439

5년후     32,117

10년후    42,980

15년후     57,517

 

반면 당장의 세금을 아끼기 위해 3만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5년뒤에도, 10년뒤에도 3만불로 머물러 있게 됩니다. 만약 이같은 일이 10년 동안 연속으로 생긴다면 수중에는 30만불의 현찰이 있지만 투자를 할 수도, 건물을 살 수도 없는 죽은돈의 양이 점점 많아지게 됩니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100불 짜리 지폐를 정기적으로 신권으로 발행을 합니다. 따라서 현금을 오래 가지고 있게 되면 보유한 현금은 점점 구권이 됨으로 상점등에 가져가서 사용을 할때 젊은 종업원은 구권화폐를 생전에 본적이 없음으로 고객이 건네준 100불짜리가 진짜 돈인지를 의심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집니다.

국가는 국민에게 여러가지 권리를 제공합니다. 교육을 받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공원, 도로등 사회간접 자본을 이용할 권리, 사회보장 베네핏 혜택을 받을 권리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동시에 국가는 국민에게 여러 의무를 이행하도록 합니다. 그중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납세의 의무입니다. 납세는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그로인해 내 자신이, 내 자녀가, 내 이웃이 보다 좋은 곳에 살게되는 원동력이 됩니다. 성실하게 납세를 하고 그에 따른 권리와 투자기회도 마음껏 누리고 사는 성숙한 한인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하재원 공인재정 상담가 ChFC®, CRPS®
Chicago Magazine Five Star Professional Wealth Manager (2012-2018)
DePaul University 회계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