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질기디 질긴 교만 퇴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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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느부갓네살 왕이 세운 바벨론 시는 대단했습니다. 그가 세운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8500만개의 벽돌을 쌓아올려 높이가 90미터에 달하는 지구라트 신전과 고대 세계 7대 불가의 중 하나인 공중 정원(Hanging Garden)을 들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느부갓네살은 왕궁의 지붕을 거닐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 능력과 권세로 세운 이 도성을 보라. 성안의 모든 것들이 나의 위엄과 영광을 드러내고 있지 않으냐?” 자기 의가 절정에 달한 표현입니다.   

약 일년전쯤 하나님께선 느부갓네살의 교만에 대해 경고하신 적이 있습니다. 꿈을 통해 “지극히 높으신 자가 인간 나라를 다스리시며, 그 나라들을 당신이 원하는 자 누구에게나 주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넌 7년 동안 짐승처럼 지내게 될 것이다.”란 메시지를 주신 겁니다. 꿈을 해석하던 다니엘은 “이제부터는 하나님 뜻 대로 사셔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심판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라고 충언했지만, 느부갓네살은 자기 의, 교만에 취해 하나님의 경고를 깨끗이 잊고 만 겁니다.

사실 자기 의를 벗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욥이 이를 증명해줍니다. 욥은 대단한 신앙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욥을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고 평해주실 정도였습니다. 역시 엄청난 시험 중에도 욥은 잘 견뎌냅니다. 그런데 욥이 인내하는 만큼 하나님께서도 침묵하십니다. 하나님의 침묵이 길어지자 욥은 끝내 자신의 억울함을 토해내고 맙니다. “하나님, 저 이 정도면 잘 산 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절 이렇게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하시는 겁니까?” 욥의 이런 행동에 대해 성경은 “욥이 하나님 보다 자기를 더 의롭다고 여겼다.”고 해석합니다.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삶이 욥도 모르는 사이 그의 마음 속에 자기 의를 낳았던 겁니다. 시험이 깊어지자 이 자기 의, 교만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수면에 드러나고 만 겁니다. 욥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는 그제서야 임하셔서 진리의 말씀으로 그의 영혼에 뿌리내린 교만을 완벽하게 제거해주셨습니다. 믿음하면 최고라 할 수 있는 욥 안에서 은밀하게 자라나 끈질기게 붙어있던 자기 의를 보면서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욥도 그랬는데, 하나님을 잘 모르는 느부갓네살은 어땠겠어요. 하나님께선 그의 삶에서 교만을 도려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셨습니다. 7년 동안을 짐승처럼 살게 하신 겁니다. 이 긴 기간의 담금질 과정을 통해 느부갓네살의 삶은 철저히 변했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권세를 스스로 찬양하던 입술이 하나님을 전심으로 찬양하는 입술로 바뀌었습니다. 7년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깊이 알게 된 겁니다. 또한 말하는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7년 전엔 자기 자신을 주어로 삼아 능동형 동사를 사용하던 느부갓네살이었습니다. “내가 세웠다. 내가 이루었다.” 이런 식입니다. 그랬던 말투가, “내 총명이 다시 돌아왔다. 내 위엄과 영광이 내게 돌아왔다. 내가 세움을 입었다. 지극한 위세가 내게 더해졌다.” 이렇게 바뀐 겁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총명과 위엄과 영광을 다시 돌려주었다는 겁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다시 세워주었고 지극한 위세도 자기에게 더해주었다는 겁니다. 이 모든 일을 주권적으로 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라고 고백하고 있는 겁니다. 그의 사고가 자기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바뀐 겁니다.

이 시대 성도들의 삶에도 이런 변화가 있길 바랍니다. 꾸준하고 진지한 말씀과 기도 생활을 통해 하나님을 점점 더 깊이 알아가길 바랍니다. 그래서 주님 만나는 날이 가까워져갈수록 하나님 앞에서 점점 더 낮아져가는 삶이 되어,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존귀과 영광을 더 진실한 마음으로 더 깊고 풍성하게 찬양하게 되길 바랍니다. 또한 입을 열 때마다,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삶이 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