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국가는 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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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박사(횃불재단 트리니티 목회학 박사 프로그램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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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안식일을 문자적으로 완벽하게 지킬 수 있을까? 죽은 자 외에는 아무도 없다. 구약
시대의 지도자들도 똑같은 질문에 직면했다. 그래서 그들은 연구 끝에 일과 일이 아닌 것을
구분했다. 유대인들의 구전법인 ‘미쉬나’에는 안식일에 금지해야 할 일을 39가지로 규정한다.
열거하면, 씨뿌리는 일, 밭 가는 일, 수확하는 일, 곡식단 묶는 일, 타작하는 일, 키질하는 일, 곡식
고르는 일, 맷돌질, 체질하는 일, 반죽하는 일, 빵 만드는 일, 양털 깎는 일, 표백하는 일, 짐승 털
다듬는 일, 염색하는 일, 물레 돌리는 일, 끈으로 고쳐 매는 일, 바늘귀 꿰는 일, 모직물 직조하는
일, 분류하는 일, 끈 매는 일, 푸는 일, 바느질하는 일, 찧는 일, 사냥하는 일, 짐승을 잡는 일, 가죽
벗기는 일, 고기를 소금에 절이는 일, 가죽 처리하는 일, 닦는 일, 자르는 일, 글씨 쓰는 일, 지우는
일, 건축하는 일, 허무는 일, 짐 나르는 일, 불 켜는 일, 불 끄는 일 등이다. 안식일에 자기 아이를
안아주는 것은 무방하지만, 책을 들고 있는 아이를 안아주면 안식일 위반이 된다. 아이의 손에
있는 책을 이동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안식일에 걸을 수 있도록 허용된 거리는 2,000(900미터)
큐비트다. 민수기 35:5을 근거로 해서 정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은 이런 전통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했다.
예수님은 자주 하나님의 말씀 해석을 놓고서, 특히 안식일 문제를 놓고서 이들과 계속
대립했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 날 배고파서 이삭을 따서 먹자 안식일을 어겼다고
예수님을 비난한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밥 먹을 때에 손을 씻지 않고 먹자, 전통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이들은 조상의 전통을 문자적으로 지키려고 애썼던 반면 예수님은 이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예수님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이들의 전통을 깨부쉈다. 예수님은 일부러
안식일에 문둥병자를 고치고, 중풍 병자를 낫게 하셨다. 그래서 그들의 잘못을 잡아주려 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중에는 예수님을 잡아 죽이지 않았는가? 이들은
성경을 대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하나님이 계시를 통해서 말씀하고자 하는 그
의도를 읽지 못했다. 산상수훈에서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이라고 했는데, 하나님을 본다는 말은 하나님의 계시 말씀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성경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런가? 마음이 청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
원리를 깨우치지 못한 체, 그 형식만을 지켰다.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만 지켰다.
어떤 부모가 몸이 비만한 아들에게 밖에 나가서 운동장 10바퀴 돌고 오라고 한다면, 이 명령의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운동장 10바퀴 돌게 하는 것이 목적이겠는가, 아니면 살을 빼는 것이
목적이겠는가? 당연히 체중감량이다. 그런데 아이는 그 의미를 모르고, 부모가 시키니까
마지못해서 뛰는데, 운동장을 크게 안 돌고, 지름이 1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원을 그리며
10바퀴를 채웠다고 하자. 그 아이는 부모 말씀에 순종한 것일까, 아닐까? 바리새인들의 의가
이런 것이었다. 알맹이가 빠진 빈 껍질의 의였다. 형식밖에 없는 의다. 그래서 이들을
율법주의자라고 부른다. 하나님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그저 문자적인 데에만 치중하여 나타난
의다. 이런 의는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온갖 법망은 다 피해 가며 할 것
다 하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합법적으로 악을 행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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