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체면이냐 순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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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얼마전 고대 근동 지역의 강국이었던 앗시리아를 물리침으로 고대 근동 국제정세의 판도를 바꾸어 버린 남방 유다의 왕 히스기야에 대한 또 다른 뉴스가 국제뉴스에 또 크게 떴습니다. 그것은 그가 죽을병에 걸렸지만 기적적으로 회복되어 살아났다는 것이었습니다.(이사야 38장) 이 소식을 들은 바벨론은 급히 특사를 보내게 됩니다(사 39:1) 히스기야 왕은 바벨론 왕의 특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바벨론은 고대 근동의 국제사회속에서 일명 뜨는 나라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앗시리아의 몰락 이후 새로운 패권자로서 떠오르던 신흥 강국이었습니다. 이제 신바벨론 제국으로서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던 바벨론의 특사가 자신을 만나기 위하여 온다고 하니 히스기야의 마음은 매우 흥분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히스기야는 바벨론의 특사들을 극진히 대접합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자신의 모습을 조금은 과시하고 싶었던지 왕의 창고를 열고 온갖 보물과 은,금들 그리고 귀한 향료와 심지어 국가의 안보 기밀인 모든 무기고까지 열어 보여 주게 됩니다(사 39:2). 그러나 사실 바벨론 제국의 특사들이 보기에 히스기야 왕의 창고와 무기고는 얼마나 볼품이 없었던지. 앗시라아의 대군을 무찌른 비밀 무기라도 있을까 내심 기대를 하였지만 사실 남방 유다의 현실은 매우 초라했습니다. 얼마전 앗시리아 제국에 조공으로 보낼 금 30달란트가 없어서 성전과 왕궁의 문과 기둥의 금을 긁어냈던 일(왕하 18:14-16)을 생각해 본다면 예루살렘의 형편은 참 보잘 것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앗시리아를 이긴 것은 남방유다의 경제력과 국방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었으나 히스기야는 엉뚱하게 무기고와 창고를 보여주었으니 이는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히스기야는 바벨론의 특사들 앞에서 하나님께서 하신 일에 대하여 간증하고 하나님을 찬양 했어야 옳았을 것입니다. 선지자 이사야는 히스기야의 이러한 모습을 보며 왕의 창고에 모아둔 모든 것들이 바벨론으로 옮긴 바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예언을 하게 됩니다(사 39:6-7) 그리고 이사야의 예언은 분명하게 성취됩니다. 바벨론의 특사가 다녀간 이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벨론은 앗시리아를 물리치고 아시아의 주인이 됩니다. 그 다음 당연한 순서로 남방유다와 애굽을 치기 위해 내려왔고 기원전 605년의 1차 침공, 598년의 2차 침공으로 이어지며 남방유다는 완전히 멸망하게 됩니다. 이렇게 남방 유다를 완전히 약탈하고 수많은 포로들을 잡아간 바벨론은 남방유다에 허수아비 왕으로 시드기야를 세우게 됩니다(대하 36:20).

이렇게 남방 유다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활동 했던 선지자는 예레미야입니다. 그는 이미 하나님께서 70년동안 남방유다를 바벨론의 손에 맡기셨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기별은 바벨론에게 빨리 항복하면 할 수록 피해가 적을테니 빨리 항복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유다의 백성들은 예레미야를 친바벨론주의자, 매국노라고 미워하며, 폭행하고, 감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드기야 왕은 예레미야를 불러 그에게 마음을 털어 놓게 됩니다. 자신도 예레미야의 말대로 바벨론에 항복을 하고 싶지만, 만일 자기가 항복했다가 바벨론으로 끌려갈 경우 바벨론에 이미 잡혀가 있는 남방유다 백성이 자신을 조롱할 것이 오히려 걱정이라는 것입니다(렘 38:19). 시드기야 왕은 두려웠던 것입니다. 한 나라의 왕으로서 체면을 구기고 항복한다는 것이 용납이 안되었습니다. 그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미칠 조롱이 두려워,  항복하지 않은 백성이 당하게 될 처참한 살육과 약탈을 외면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체면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을 저버렸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했던 시드기야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예루살렘 성이 함락될 때 시드기야는 그의 군사들을 데리고 비밀 루트로 아라바까지 도망했으나 이내 그는 잡히게 되었고 그의 눈 앞에서 어린 두 아들이 참수되고 본인은 두 눈이 뽑힌 체 온갖 조롱을 당하며 바벨론으로 끌려가게 됩니다(렘 39:6-7).

이것이 멸망할 세상에 살면서 끝까지 기별을 거절한 자들의 최후 모습입니다. 곧 멸망할 이 세상에 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순종입니다. 순종은 먼저 나의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 놓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나의 생각, 나의 계획, 나의 경험, 나의 지혜를 내려 놓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나의 말에 순종하라!” 우리의 모든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