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화와 자유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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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회 최순봉회장

최순봉
상록회 회장

 

나는 출생 환경을 선택할 선택권 없이 이 땅에서 사람으로 살게 된 그날부터 자유는 없었다. 생존경쟁의 틈바구니에 끼어 평화도 없었다. 어떤 경쟁이든 경쟁이란 상대적으로 성립하는 최선의 방법은 있지만 평화와는 거리가 멀기가 다반사다. 모든 생명체가 해당 되는 생태섭리니 생존경쟁이니 하는 그 구도가 약육강식이란 외길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다. 하지만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언어의 미학(美學)으로 자유를 말하고 누리는 것이라 제한한다. 또 평화라 이름 짓고 평화는 스스로 지키는 영역이라 합리화하며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계속하며 약육강식의 계도(啓導)를 따라 돌며 피를 요구한다. 자유! 나는 항상 이웃의 자유를 구속했다고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나도 누리고 싶은 자유를 구속받고 있다. 자유란 생각만 해도 존재 될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의 욕망만이 아니기를 빈다. 그 이유가 나는 내 어머님이 막내인 나에게 구속되어 허기에진 식욕을 채우시지 못한 가난한 시절을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어머님의 모성애로부터 구속되어 있다. 그 모성애가 나에게는 부성애로 변이되어 자아(自我)의 구속으로 대물림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가난의 구속도 자유가 없기 마찬가지지만 사랑의 구속은 더 운신의 폭이 좁다. 사랑은 언제나 헌신만 요구하는 버거운 가치, 헌신의 고통을 통하여 가치를 즐기는 역동적 변화의 연속이다. 사랑의 절정이 자아의 생명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가치이니 말해 뭐하랴! 그러니 사랑이 있는 곳, 그 어디에도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고귀하다면 한 없이 고귀하고, 건고하다면 한없이 건고했던 이 사랑의 성(城)이 헌신이나 노력이 없이 추구하는 쾌락이란 이기(利器)앞에서 무너져 간다. 물론 평화란 가치역시 마찬가지다.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전쟁을 한다는 그 자체가 이미 평화를 부정한 환경설정이다. 이러한 환경에 기댄 가난하고 약소한 나라는 국토 안에서 일어나는 분쟁도 다스리지 못하는데, 강대한 힘을 자랑하는 나라는 자국(自國)안에서 일어날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남의국토에서 전쟁을 자행하고 또 해 왔다. 과거 조선시대에 임진왜란은 치(齒) 떨리는 고통으로, 조선시대의 역사지만 일본의 풍신수길이는 자국을 전국에서 평정하고 전쟁에 길들여진 무사들을 소비하여 자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선택한 전쟁이고 보면 약자에게는 소명과 헌신만 요구 될 뿐 그들에게 평화는 언제나 강 건너 불이다. 지금도 미국이나 중국은 자국의 평화를 위한 불모로 대한민국을 지렛목으로 사용하여 북한을 다스리려 한다. 약자에게 평화는 어디서 잠자고 있는가! 이러한 생각에 사무치는 밤이면 내사랑하는 가족들이 잠든 고요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나를 구속하여 집 밖으로 몰아낸다. 그리되면 나는 때마다 구색(具色)이 다른 야경에 이내 빠지고 만다. 그럴 즈음 무심코 밤하늘을 올려다보지만 볼 때마다 하늘의 얼굴은 하나같지 않고 천 면(千面)의 얼굴이다. 별빛을 감춘 잿빛 얼굴에서 오늘 밤처럼 자욱한 별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화창한 밤하늘, 별자리의 이동에서부터 그리운 님의 얼굴에 수심어린 표정이 설정 된 그날 밤 하늘의 얼굴일 때, 내가 기억하는 하늘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자유(비움)의 길을 묻고 평화(사랑)의 길을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 없이 홀로 매겨지는 가치는 힘에 겨운 헌신이란 아픔뿐이다. 그런 오늘 밤도 나는 별빛의 틈새를 비집고 작은 토담집을 지어놓고 천궁이라 이름을 붙여본다. 굳이 토담집을 탐하는 이유는 하늘나라의 흙은 이 땅에서 황금보다 귀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천당은 황금으로 깔려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하늘에서 황금은 흥미가 들하고, 황금은 냄새가 없지만 흙은 흙 향기가 있고 태초에 하느님이 사람을 빚었다 하시니, 뭇 생명의 근원이기에 흙이 좋아 토담집을 짓는 설계를 한다. 그런데 이 땅에는 흙도 병들어 신음이 깊어 가니 어디가 병들지 않은 흙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늘에 별이 가득한 아름다운 밤이여, 아름다움만으로는 병들지 않은 흙을 찾은 방법이 없구려! 헌신이 필요하단 말은 하지 말아다오, 그 방법은 이미 숙지(熟知)의 사실이니까!